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갖는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0개월 만이다. 미중이 외교·안보·경제 등 전방위 분야에서 첨예한 대결 양상을 띠는 시점이어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이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등 달라진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해당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양국이 화상 회담 날짜를 계속 협의 중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달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연내 양국 화상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지난 2월과 9월 두 차례 통화만 했다. 지난달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미중 정상 간 첫 대면의 계기가 될지 주목받았으나 시 주석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 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의 관건은 미중 관계의 개선 여부다. 양국 간 협력이 도출될 수 있는 분야로 꼽혔던 탄소 배출 감축 이슈는 전력난 등으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무역 분쟁과 대만 문제는 해법 찾기가 힘들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등에서 동맹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시 주석도 11일까지 열리는 6중전회 직후 회담을 하는 것이어서 양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 자체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다만 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이 일견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 주석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중관계전국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현재 중미 관계가 중대한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며 “중국은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 상생 협력의 원칙에 따라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양국이 협력하면 이득이 있을 것이고 대립한다면 잃을 것”이라며 “협력만이 유일하고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역적·세계적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미국과 협력하기를 바란다”며 수차례 ‘협력’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이에 대해 CNBC는 지난 몇 달간 중국 관료들의 강했던 발언과 달리 이날 시 주석의 어조는 전반적으로 차분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