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거래 사건에서 ‘미실현 이익’을 산정하는 첫 법리를 내놓았다. 정보 공개 이후 주가와 주식 거래량의 변동 추세, 지속 기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세 차익을 거두지 않은 이익도 부당액수에 포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대법원 판례가 확립됨에 따라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9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억 5,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18년 2월 코스닥 상장사 B 사가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15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신주 15만 7,000여 주를 배정받았다.
당시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6,370원으로 A 씨가 배정받은 주식 규모는 약 10억 원이었다. A 씨는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생각에 관련 내용이 공시되기 전 주식 5만 9,000여 주를 약 5억 원에 사들였다. 그의 기대대로 주당 8,336원이던 B 사의 주가는 공시 후 7거래일 만에 주당 1만 2,000원으로 치솟았다. 자본시장법은 상장사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재판의 쟁점은 부당이득금을 어떻게 산정할지 여부였다. 검찰은 B 사가 호재성 내용을 공시한 후 종가 기준 최고가인 주당 1만 2,000원을 기준으로 A 씨가 범행으로 얻은 평가이익을 2억 1,600만여 원이라고 판단했다.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사들인 경우 종가 기준 최고가가 형성된 날까지는 해당 정보로 주가가 상승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A 씨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부당이득액은 자신이 실제로 매도해서 얻은 약 5,700만 원일 뿐 ‘미실현 이익’은 빼야 한다고 맞섰다.
1·2심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가가 하락한 상태에서 매수한 주식을 매도했지만 주가 하락은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과 관련이 없다”며 “하락한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부당이득액을 계산하면 이번 사건의 위반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이익이 피고인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매도 시점에 따라 달라져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고가에 주식을 팔지 않았더라도 선택권이 A 씨에게 있었던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은 ‘실현 이익’과 그 시점 당시 보유 중인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 대상 주식의 평가이익인 ‘미실현 이익’ 모두 포함된다”며 “이때 ‘미실현 이익’은 ‘정보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전부 반영된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데 정보 공개 이후 주가와 거래량의 변동 추세, 변동 추세가 지속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엄격하고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최종열 변호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는 부당이득액과 연동해 처벌수위가 다르지만 ‘미실현 이익’의 산정 기준이 법에 명문화된 것은 아니었다”며 “명시적으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법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