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A씨는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올 때 마다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 오늘은 아이들 다 (집으로) 돌아가고 아이 혼자 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떄다. A씨는 다른 엄마처럼 집에서 아이를 기다렸다가 간식을 주지 못해 늘 미안함이 크다고 했다. 워킹맘 B씨는 시어머니에게 '너가 그만둬야 맞지 않냐'는 핀잔을 듣는다고 했다. 다른 아이처럼 교육을 못 시키면, 집에서라도 가르치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워킹맘 C씨는 아침에 반반차를 쓰고 오전 11시에 출근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C씨는 "늦은 출근을 바로 인사 고과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정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보다 점수가 나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10일 공개한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실태 보고서에서 공개된 여성 근로자의 경험담들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처럼 워킹맘으로 살아가기가 더 어려워졌다. 자녀를 본인이 돌봐야 한다는 중압감이 더 커졌지만, 일과 어머니 역할을 동시에 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조합원 5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 가운데 가족 돌봄 제도로 인해 불이익을 경험한 비율이 52%였다. 대표적인 불이익은 고과 평가나 승진에서 이뤄지는 차별이 꼽혔다.
남성 근로자 보다 여성근로자가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할 때 일자리 유지가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맞벌이 부부 기준으로 여성이 34.6%로 남성 16.7%의 두 배였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과 코로나 19 이후 자신을 양육자로 인식하는 비율 조사가 눈에 띈다. 본인이 주 양육자라는 인식은 남성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는 15.1%에서 코로나19 이후 13.1%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성은 이 비율이 54.4%에서 63.5%로 올랐다. 보고서는 "돌봄공백 문제가 마치 여성 고유의 문제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가족돌봄제도를 활용할 때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