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서경이 만난 사람] 김정우 조달청장 "혁신조달 제품 900개까지 확대…기업 판로개척 디딤돌 될것"

■ 서경이 만난 사람 김정우 조달청장

올 구매 예산 293억 → 445억 증액…중기·벤처 '성장 사다리' 역할

혁신 수요 인큐베이팅·혁신 제품 스카우터 진행 유망기업 지원

ESG 경영 공공조달시장 접목…상생 통해 사회적 책임도 다해

김정우 조달청장이 정부대전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대전=성형주 기자김정우 조달청장이 정부대전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대전=성형주 기자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지만 스스로 판로 개척이 어려운 기업들이 조달청의 ‘혁신 조달’을 통해 제품을 공공 기관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혁신 조달 제품을 더 늘려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공공 기관들이 이들 제품을 활용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지난 2일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정우 조달청장. 김 청장은 지난 1년 동안 혁신 조달 정책을 확산시키고 우수한 지역 창업·벤처·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면서 바쁜 일정을 보냈다. 김 청장은 12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창업·벤처·중소기업들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부 예산으로 혁신 제품을 구매해 기업의 판로 개척을 돕고 공공 기관은 신제품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혁신 조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재 감지 등을 위한 실영상 복합 열화상 시스템을 개발한 토브넷이 대표적인 사례다. 토브넷은 올해 조달청 혁신 제품으로 지정된 후 소방청·금융위원회·도봉구·대불산업단지 등에 납품하고 해군·해병대·육군 등에 추가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뉴질랜드에 15억 원 규모로 수출하는 성과까지 거두며 혁신 제품 지정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혁신 조달은 2019년에 도입됐다. 지난해 345개 제품이 혁신 제품으로 지정돼 289개 기관에서 시범 활용했다. 올해 말 혁신 제품이 900개까지 확대되면 700여 개 공공 기관이 신기술 제품을 활용해 대국민 행정 서비스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담·정리=박희윤 사회부 차장 hypark@sedaily.com

혁신 조달은 조달청이 직접 혁신 제품을 발굴, 구매해 공공 기관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김 청장은 “조달청은 지금까지 공공기관으로부터 요청 받은 물품·용역·시설물을 공정한 절차를 거쳐 계약하고 제공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해왔다”며 “혁신 조달을 통해 구매 대행 서비스 지원 체제를 공급 지원 체제로 전환하는 등 적극적 공공 조달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선진국들은 국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 제품 발굴 및 성장 지원에 국가적인 역량을 모으고 있다. 김 청장은 부임 이후 혁신 조달 정책을 확산시키고 우수한 지역 창업·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국을 권역별로 방문하며 지자체와 업무협약 체결, 민·관 간담회 개최, 기업 생산 현장 방문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혁신 조달의 핵심인 혁신 제품 홍보를 위해 배우 김보성 등 유명 유튜버와 함께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등 청장이 직접 나서 혁신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고 홍보 도우미 역할까지 자처했다. 조달청은 올해 혁신 시제품 구매 예산을 지난해 293억 원에서 445억 원으로 증액했고 전체 혁신 조달 구매 목표액도 5,477억 원으로 확대했다. 7월에는 국장급의 혁신조달기획관을 신설해 혁신 조달 운영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이와는 별도로 조달청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을 위해 ‘혁신 수요 인큐베이팅’과 ‘혁신 제품 스카우터’를 올해 시범 진행했다. 혁신 수요 인큐베이팅은 공공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과 기관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민·관 협력을 통해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해 수요자 제안형 과제와 연구개발 등 다양한 혁신 조달 방안과 연계하는 사업이다. 혁신 제품 스카우터는 기술 혁신성은 있으나 조달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기업과 제품에 컨설팅을 제공해 혁신 조달의 제품 풀을 확대하고 혁신 기업의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김 청장은 “올 상반기 ‘스카우터 데모데이’를 진행한 결과 15개 제품을 발굴해 진캐스트·뉴로핏 등 2개 제품이 혁신 제품으로 지정됐다”며 “하반기에도 신용보증기금·테크노파크 등 10인의 스카우터를 추가 위촉해 한국판 뉴딜 분야 등의 혁신 유망주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 제품의 공공 시장 진입 통로인 ‘혁신 장터’도 혁신 조달을 이끄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혁신 장터는 혁신 제품의 거래부터 공공기관의 혁신 수요와 기업의 솔루션을 매칭하는 기능까지 포괄하는 범정부 혁신 조달 지원 플랫폼이다. 혁신 조달 제품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거래될 수 있는 운동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 청장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정보 추천 기능을 마련하고 일반 국민도 쉽게 혁신 장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휴대폰 인증을 통한 로그인 체계로 개편했다”며 “혁신 장터가 혁신 기업의 성장 사다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혁신 조달의 속도를 높여 공공 서비스를 혁신하고 사후 평가, 성과 관리 등을 통해 내실화에도 힘쓰겠다”며 “기관의 수요 확대를 통한 혁신 제품의 판로 확대로 기업의 혁신 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로 도입 5주년을 맞은 창업·벤처기업 상품 전용 쇼핑몰 ‘벤처나라’도 창업·벤처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1,793개 사, 1만 2,133개 상품이 등록됐고 판매 규모도 매년 급증해 5년간 총 2,160억 원이 거래됐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37개 사, 375개 상품이 수의계약이 가능한 우수 조달 물품으로 지정됐다. 110개 사, 548개 상품은 다수 공급자 계약을 통해 종합 쇼핑몰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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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청장은 “우수 조달 물품 지정 제도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 심사를 강화하고 가점 제도를 기술·품질 중심으로 개편해 기술·품질의 우수성을 더욱 높일 예정”이라며 “우수 조달 물품의 품질 유지 및 불공정 조달 행위 관리를 더욱 엄격히 함으로써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조달청장이 정부대전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대전=성형주 기자김정우 조달청장이 정부대전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대전=성형주 기자


김 청장은 글로벌 기업의 화두로 떠오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청장은 “ESG 경영 등 새로운 트렌드를 어떻게 정부 조달 시장에도 반영해야 할지 등에 대한 전략적 방안을 강구해 연내 발표할 것”이라며 “혁신 조달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공 조달의 전략적 역할과 방향을 담은 전략 과제도 임기 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달 시장을 독생(獨生)이 아닌 상생(相生) 시장으로 만들고 공공 조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김 청장은 “입찰·계약·하자에 대한 보증금 할증 제도와 진입 장벽을 과감히 폐지했고 여성·장애인·사회적 기업에 대한 입찰 우대도 강화했다”며 “조달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일률적으로 공사비를 삭감하던 관행도 전면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조달청의 역할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도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마스크, 백신을 위한 콜드체인, 주사기, 초저온 냉동고 등을 최우선적으로 신속·정확하게 공급해 국민 백신 접종을 적극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공급망 차질을 빚고 있는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비철금속 등 원자재를 할인 방출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 청장은 “K방역 해외 조달 시장 진출 통합 지원 사업과 K방역 온라인 나라장터 엑스포를 통해 1,208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며 “미국·카타르·이집트 등 6개국에 방역 물품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코로나19 진단 키트 기업의 유엔 입찰을 지원해 13개 사가 유엔조달시스템(UNGM)에 등록되는 성과도 창출했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2023년까지 혁신 조달 1개 기업의 평균 수출액을 현재보다 50% 늘어난 90만 달러로 확대하고 수출 참여 기업 비율을 36%에서 60%로 높인다는 목표를 수립해 추진 중이다.

김정우 조달청장이 정부대전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대전=성형주 기자김정우 조달청장이 정부대전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대전=성형주 기자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를 맞아 그동안 중단됐던 서비스 용역 사업도 다시 운영한다. 코로나19로 대규모 행사와 축제가 중단되면서 서비스 사업 실적도 10월 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약 1,300억 원 감소했다. 김 청장은 “일상 속 방역 실천을 지원하기 위해 방역·소독 서비스를 상품화하는 한편 학생 안전을 고려한 임시 학교 건물 임대 서비스 등도 종합 쇼핑몰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며 “서비스 전용 오픈 플랫폼 ‘이음장터’를 구축해 12월부터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사 현장의 중대 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공공 부문의 대표적인 공사 발주·관리 기관인 조달청은 안전 관리와 근로자 보호를 위해 적정한 안전 관리 비용과 공사 기간 보장, 설계·시공 단계를 연계한 안전 관리 강화, 건설 참여자의 적극적 안전 관리 유도 등의 대책을 강구 중이다.

김 청장은 “국가 재정이 확대되면서 공공 조달도 더욱 중시되고 있는데 이는 조달청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민·관·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조달혁신위원회를 통해 조직의 정책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조직문화혁신위원회를 운영해 수평적·개방적 관계 형성, 청렴한 조직 문화 확산, 일하는 방식과 소통 방식 개선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He is...

△1968년 강원 철원 △1986년 신철원종합고 졸업 △1992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1996년 행정고시 40회 △2006년 기획예산처 공공혁신본부 △2014년 국무총리실 국정과제관리과장 △2015년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 △2020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2020년 11월~ 조달청장


대전=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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