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팩트체크] 10조 납부유예 놓고…재량권 쥔 국세청장에 쏠린 눈

① "매년 있었던 일"이라는데 ☞ 세입예산 바꾼적은 없어

② 與 하반기 세정지원 넘기자는데 ☞ 정부 "이미 4.5조 반영"

③ 국세청장에 재량권 있지만 ☞ 직권 사용땐 논란의 소지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10조 원+α’의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시한 1인당 20만~25만 원의 ‘전 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납부 유예가 위법 소지 우려가 있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현실성과 법적 문제 등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① “매년 있었던 일”VS“세입예산 바꾼 적은 없어”=14일 서울경제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입수한 국세청의 납부 유예 실적에 따르면 기한 연장과 징수 유예를 합해 올해 6월 기준 857만 9,976곳에 7조 9,06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7조 원 안팎이었으나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31조 4,670억 원(639만 3,772건)으로 대폭 늘었다. 상당수가 법인세·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 등이 차지한다. 이 실적에 따르면 이달 11일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매년 납부 유예 조치, 납부 기한 연장을 하고 있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틀리지는 않았다. 국세청 전·현직 공무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업들이 월말 월초에 회계장부 ‘마사지’ 하듯이 연말께 세수 여유가 있다면 재량으로 다음 해 초로 일부 넘기는 관행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규모가 문제다. 익명의 관계자는 “규모는 많아야 3조 원을 넘지 않는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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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관행은 그해 세수 오차를 축소하려는 수준일 뿐 다음 해 국세 수입 예산을 바꾼 전례는 없다. 25조 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던 2017년과 2018년에도 국가재정법에 따라 세계잉여금으로 처리했다. 또 다른 익명 관계자는 “다음 1년의 불확실성도 큰 데다 정부 안을 9월 초 국회에 제출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세수를 고치면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② 與 하반기 세정지원 넘기자는데, 정부 “4.5조 이미 반영”=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코로나로 어려운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세의 경우 중간 납부가 11월인데 이것을 내년으로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국세청이 발표한 올 8월 법인세 중간예납, 10월 부가세, 11월 종합소득세 중간 납부 등의 징수를 미룬 것을 내년도 예산안의 추가 세입으로 활용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에서 추정하는 추가 세수 10조 원에는 올 하반기 납세 유예 조치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는 올해 받지 않고 내년으로 넘어갈 세금 규모를 4조 5,000억 원으로 추산해 338조 원의 내년 국세 수입에 이미 포함해뒀다. 올 8월 ‘2022년 예산안 상세브리핑’ 속기 자료에 따르면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저희가 분기별로 세정 지원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올해 하반기에 4조~5조 원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을 해서 내년 세입 예산을 짰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하반기 세정 지원 영향을 이미 내년 세수에 반영해둔 반면 민주당은 이를 고려하지 않다 보니 발생한 오류로 해석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10조 원을 넘길 방법은 없는 것 같다”며 “집권 여당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지 않고 자꾸 수를 내는 것은 국채금리와 물가 등의 거시경제 측면에서 봤을 때도 판단이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③코로나에도 국세청장 직권 추가 징수유예는 부담=국세청은 올해 적극행정위원회를 열어 법인세·종소세·부가세 등 신고·납부하는 세목에 대해 김대지 국세청장 직권으로 집합금지 자영업자 등에 납부 기한을 연장해줬다. 기재부도 코로나19를 재난에 준하다고 판단해 영업제한에 대해 지원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했다. 납세자들이 연장 신청을 하기 전에 선제 조치를 한 것이다. 국세징수법과 시행령·기본통칙·조세특례제한법까지 납부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요건은 10여 가지다. 이들 조항에는 공통적으로 ‘현저한 손실을 입었을 때’에는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어 올해 실적이 나아졌다면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11~12월에 받게 될 유류세·소득세·주세·종합부동산세 등의 세목이 있으나 대부분이 용도가 정해진 목적세이고 코로나19를 이유로 청장 직권으로 미뤄주기에는 향후 감사원 감사 등 논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 관계자는 “원칙대로 할 뿐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금 여건에 문제가 없는 납세자들의 경우 납부 유예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즉각 세금을 다 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즉 올해가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더 미뤄줄 세금 규모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10조 원에 한참 못 미칠 수밖에 없다.


세종=황정원 기자·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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