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표 쫓는 지원금·과세 연기 남발…"세금정치 度 넘었다

■ 국가 로드맵 실종…대선후보 쏟아지는 '매표 정책'

李 '토지세' 이중과세 논란에 재산권 침해 위헌 소지

尹 '종부세-재산세 통합'도 수도권 세금 쏠림 우려쳐

표심 아닌 큰틀서 조세제도 설계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지역화폐·골목상권살리기 운동본부 농성 현장을 방문해 자영업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권욱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지역화폐·골목상권살리기 운동본부 농성 현장을 방문해 자영업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에 대해 “국민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며 “10%에 들지도 못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날 종합부동산세의 재산세 통합, 1주택자 종부세 면제 등 ‘종부세 무력화’에 나선 데 대한 반격과 함께 세금을 통한 국민 갈라치기 성격이 짙다.



이처럼 표심을 겨냥한 세금의 정치화가 도를 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상속세 등 필요한 법안은 손질하지 않고 ‘감세한다’ ‘증세하겠다’ 등 지지층의 입맛에만 맞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국가 재정에 대한 계획이나 현실화 뒤 발생할 부작용 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데,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당은 이 후보가 공언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납세 유예를 내놓는가 하면 암호화폐 과세 유예, 암호화폐 공제 한도 상향까지 세금 감면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내놓고 있다.

세제 정책의 변화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정교해야 하는 이유다. 국토보유세가 도입되면 종부세와 재산세 등과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산권 침해 등의 위헌 소지도 누차 지적됐다. 법인의 세 부담 급증이라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표심 앞에 이런 지적들은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 윤 후보가 제안한 종부세의 재산세 통합도 마찬가지다. 재산세는 토지·건물 같은 ‘물건’에 부과하는 반면 종부세는 보유자에게 매기는 ‘인별 과세’로 성격이 다르다. 또 종부세는 국세로 거둬 지역마다 배분하는데 이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면 부동산 가격이 비싼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세금이 쏠릴 수 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는 “진보·보수 정당이 각각 정치철학에 따른 세금 정책을 내놓고 경쟁하기보다는 진영 논리에 갇혀 표 계산만 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태”라며 “임기응변식으로 표심을 건드리며 변죽만 울릴 게 아니라 큰 틀의 조세제도 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 대선 후보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세금정치’를 남발하면서 조세원칙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정이 합의한 암호화폐(가상자산) 과세 정책을 흔든 데 이어 국토보유세 도입까지 제안하며 자산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또 정부 예산에 부담을 주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강행하는 등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시장이 요구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재산세와 통합 등 정교하지 않은 개편 방안을 담고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이중과세 우려 큰 ‘국토보유세’=이 후보는 국토보유세(기본소득 토지세)를 도입하면 기본소득 재원 마련과 집값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긴 후 세수 전액을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 예산으로만 활용하겠다고 못 박은 이유다. 아울러 현재 0.17% 수준인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을 1%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투기 수요도 상당 부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이 같은 파격적인 구상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정치적으로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토보유세가 이중과세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전 국민 갈라치기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세금은 걷는 과정이 정당하고 사용하는 목적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조세정책은 최대 다수의 최대 표 받기가 지상 목표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를 포함한 대대적 세제 개편 카드를 내세웠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세율과 재산세 완화 공약과 함께 다주택자 양도세의 한시적 50% 감면을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후보는 전날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며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가 고령 은퇴가구 등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정교한 방안이 나오지 않아 시장에서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재산세와의 통합은 종부세의 징벌적 과세 철학을 여전히 포함하고 있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양도세 완화한다지만 세부 규제 여전=여야 후보는 1주택자 부동산 양도세 완화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등 돌린 서울 지역 유권자 등을 붙잡기 위해 세금 완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6월 당론으로 채택하고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양도소득세 완화안(소득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과표 기준을 상향 조정해 대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야당발 ‘세금폭탄론’을 사전에 무마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회의를 시작으로 양도세 개편 작업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세부 규제가 과도하다고 평가한다. 양도세를 완화하는 대신 장기보유특별공제율(장특공제, 거주 기간 40%+보유 기간 40%)을 변경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그대로 두되 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양도차익별로 10∼40% 차등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양도차익이 15억 원을 넘는 초고가주택은 보유 기간 공제율이 현행 40%에서 10%로 줄어 세 부담이 오히려 증가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의 양도세 개편안은 겉으로는 세 부담 완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 초고가주택 보유자에게는 세 부담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국토보유세와 마찬가지로 지지층의 반발을 고려해 상류층의 세금 혜택은 줄이겠다는 갈라치기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유예는 과세 원칙 어긋나=이 후보는 내년 1월부터 도입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방침에 대해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민주당에 등을 돌린 2030세대의 표를 구애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만큼 과세 유예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가 이같이 고집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유례없는 갈등 국면을 맞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예정대로 과세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각을 세웠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역시 재정을 악화하는 ‘세금정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후보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돈 풀기가 재정 악화는 물론 물가 상승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정부 재정을 악화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여야 후보는 섣부른 공약을 남발하기보다는 조세 대원칙을 세워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용 기자·송종호 기자·주재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