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운전 중 기름이 떨어져 보험회사에 전화를 건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자동차보험이란 우연한 교통사고로 인한 경제적 부담에 대비해 평소 보험료를 납부하는 대신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이런 점에서 주유 서비스는 자동차보험의 본질적 내용이 아니라 일종의 부가 서비스 또는 혜택이다. 보험회사는 보험 가입자의 엔진오일을 무료로 교환해주거나 장기 무사고자의 보험료를 인하해주기도 한다. 이런 혜택들은 소비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회보험의 하나인 국민건강보험도 본질적으로는 보험이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에도 이런 부가 서비스나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특히 강제 가입의 성격상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럼에도 딱히 꼽을 만한 것이 없었다. 일부는 건강검진이나 나이에 따른 암 검진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들기도 한다. 실제 건강보험의 본질적인 서비스는 아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이를 서비스나 혜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종의 강제라고 인식한다. 바쁜 일상에 시간을 내 의료 기관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싫고, 몇 장이나 되는 문진표를 작성하는 것도 귀찮다. 돈을 내지 않으니 혜택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직장인이 평일 검진 기관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은 의무에 가깝다. 검진이 필요한 저소득층이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게 검진은 오히려 남의 얘기일 수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가 시범 실시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잘 관리하는 국민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연간 최대 6만 원을 준다. 질병 중심의 건강보험정책이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는 몇십 년 전부터 나왔다. 그럼에도 이런 제도가 이제야 나왔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참여자인 국민을 위해 만들어졌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을 절약하거나 참여하는 국민들의 건강 정보를 수집·이용하거나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시행해서는 안 된다. 후자의 목적이 중심이 되면 참여자들이 스스로 즐겁게 운동하기 어렵다. 꾸준히 운동하고 혈압·혈당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폐암을 걱정하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라. 고작 6만 원을 주면서 자율성을 유도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이는 건강 생활 실천 지원이 아니라 임상시험이다. 제도의 모든 출발점을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에서, 관점을 환자나 국민의 입장에 둬야 성공하는 제도가 구현되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검진 사업도 ‘건강검진 대상’이라는 관리자 관점의 용어가 아니라 ‘검진권 제공’이라고 고쳐 써야 국민의 저항감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