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데워 먹어라” 한마디에…치매 외할머니 폭행한 손주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외할머니를 폭행한 20대 손자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인천지법 형사12단독 강산아 판사는 존속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7)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올해 7월 초 인천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외할머니 B(82)씨를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침대 위에 앉아있던 B씨를 손으로 밀어 넘어뜨린 뒤 다시 일으켜 주먹과 발로 온몸을 수차례 폭행했다. 이에 B씨는 골절상 등을 입어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취사 중이라 밥통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도 B씨가 계속해서 “찬밥을 먹지 말고 밥통에 밥을 넣고 데워먹어라”라고 말하자 분노해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지난해 10월쯤 무릎 수술을 받은 뒤 보호자가 필요해 자신의 집에서 A씨와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강 판사는 “피고인은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고령의 병약한 조모를 무차별적으로 때려 상해를 가했다”며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는 점 등을 비춰보면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이 10개월간 거동이 불편하고 치매 증상까지 보이는 피해자를 홀로 병간호하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B씨와 B씨의 자녀까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