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위기의 위드코로나, 중증병상 80% 꽉 차…일반 중환자는 순위 밀려 '치료 공백'

■흔들리는 의료인프라

확진 3,000명·위중증 500명 돌파

위드코로나 2주 만에 방역망 뚫려

중환자 급증하자 전국서 병상부족

가용 병상 포화에 일반 환자 뒷전

방역 당국은 뾰족한 대책 못 내놔

17일 오전 서울 송파보건소 코로나19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17일 오전 서울 송파보건소 코로나19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이후 보름여 만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000명대로 치솟은 가운데 수도권 병상도 차고 있다. 특히 서울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10개 중 8개가 이미 사용 중이다. 인천은 중증에서 상태가 호전되거나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준중환자 병상 23개 중 빈 곳이 하나도 없다.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으로 밀려들면서 비(非)코로나19 중환자들에 대한 의료 인프라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서울 중증 환자 병상 가동률 80% 넘어=17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위중증 환자는 이날 0시 기준 522명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6일 400명대에 진입한 후 11일 만에 500명 선도 돌파한 것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유행 규모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확진자 규모와 비교해 위중증 환자의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그 숫자도 많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 병상도 가득 차고 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서울의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 병상의 가동률은 80.6%다. 10일 70%를 넘어선 뒤 불과 6일 만에 10%포인트 상승했다. 경기 72.2%, 인천 74.7%로 이들 지역 병상도 10개 중 7개 이상은 이미 사용 중이다.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 역시 62.6%로 빈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수도권은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76.4%에 달하며 인천은 100%가 가동돼 여유 병상이 아예 없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중환자 병상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전국적인 병상 가동률은 아직 여력이 있지만 수도권만 놓고 보면 하루하루 버텨내기에도 벅찬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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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17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의 한 의료진이 중증 환자 치료 병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수도권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17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의 한 의료진이 중증 환자 치료 병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환자 밀려들어 일반 환자 치료 공백 우려=수도권을 중심으로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대응에 동원되면서 비코로나19 중환자들의 치료 공백이 우려된다. 평소에도 전국에서 많은 환자들이 몰려 병상 가동률이 높았던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들이 상대적으로 심각하다. 박성훈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용 병상을 추가 확보하려면 비코로나19 중환자들을 위한 병상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비코로나19 환자들은 심정지가 와도 중환자실에 가지 못해 일반 병실에서 응급처치를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상현 대한중학자의학회장(전남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학회가 오래전부터 병상 부족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 당국에 제기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아닌 중증 환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공공 병원이 코로나19 업무를 담당하는 동안 취약 계층을 위한 의료 서비스에는 큰 공백이 생겼다”며 “정부가 의료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중환자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 75%’ 전국 단위 평가해서는 안 돼”=의료 인프라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현재 방역 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이날 일상 회복 이행 및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매주 위험도 평가 지표를 마련했지만 ‘비상계획(서킷브레이커)’과 관련한 기준은 발표하지 않았다. 당국은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 등 17개 세부 지표로 구성된 위험도 평가를 직전 주 일요일에서 토요일까지 1주간을 모니터링한 ‘주간평가’, 지난 4주간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단계평가’로 나눠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위험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별도로 ‘긴급평가’를 해 비상계획 실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긴급평가를 바탕으로 부분적으로 조치를 강화할지, 또는 비상계획을 작동시킬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어떤 지표 하나가 기준을 초과한다고 해서 바로 비상계획을 발동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이어 “긴급평가 실시 기준으로 제시된 ‘중환자 병상 가동률 75%’는 전국 단위 가동률이 기준”이라며 “현재는 수도권 중환자도 비수도권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방침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서울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었고, 확진 후 2~3주 뒤에 중증 환자로 전환하기 때문에 현재 비상 상황”이라며 “중환자는 이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긴급평가 기준 중 하나인 중환자 병상 가동률 75%를 전국 단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안경진 기자·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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