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양정철 "선대위 '책임있는 분' 다음 대선·당대표 계산…탄식 나와"

영입인재·비례의원 간담회 참석해

"승리 절박함 없어…희한한 선대위"

"이재명 후보가 당비상사태 선포해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연합뉴스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을 자청하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17일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안 느껴진다”고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양 전 원장은 특히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다음 대선,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 단체장 자리를 계산하고 일하는 것은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탄식이 나온다”고도 했다. 지난 2일 민주당은 163명(장관 제외)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선대위’가 출범했지만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양 전 원장이 이같은 지적에 동의하고 당 전체의 각성을 촉구한 셈이다.



양 전 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모임’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을 만나 “(선대위의)비효율적인 체제를 빨리 개선을 해야 된다”며 “(선대위를) 개선하면 앞으로 시간은 충분하니까 아직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매우 심각한 위기 의식을 갖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함께한 의원들은 양 전 원장이 선대위와 관련해 쓴소리를 여러 차례 했다고 전했다. 이들 의원들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이 선대위도 희한한 구조, 처음보는 체계로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며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이재명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 전 원장은 "대선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엔 당인(黨人)의 도리를 다해 밖에서 필요한 일을 돕고 후보에게 조언이나 자문은 하되 선대위에 참여하거나 전면에 나서지 않을 생각"이라며 "현재 우리 당의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앞으로 서너 주가 향후 석 달을 좌우하고, 그 석 달이 향후 5년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 원장은 "의원들이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며 "취지와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선대위의) 권한과 책임이 다 모호하고,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지 못한 매우 비효율적 체계"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또 "주특기, 전문성 중심의 전진 배치가 아니라 철저한 선수 중심의 캠프를 안배한 끼워 맞추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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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원장은 "우리에게 천금같은 한 달의 기간을 인사안만 짜다가 허송세월했다.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후보 측근과 선대위 핵심 멤버가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를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않으면 승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당 전체가 해현경장(解弦更張 느슨하게 늘어진 활시위나 악기의 줄을 다시 조여 매어 팽팽하게 함) 해야 겨우 이길까 말까"라며 "국회의원 170여명, 광역 및 기초 조직과 기반은 우리 당이 훨씬 탄탄하다. 향후 3~4 주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했다.

양정철이 뽑은 20대 대선 관전 포인트


양 전 원정은 이번 대선에서 양당 후보가 모두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점을 들어 "정치불신과 급격한 변화 욕구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들을 '하드파워'(전두환,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와 '소프트파워'(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로 분류하고 이번에는 '하드 파워'형 지도자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양 전 원장은 정치권의 '10년주기 권력교체설'에 대해 "이번에는 불투명하다"며 "한국의 정치 사이클이 점점 빠르고 변화 주기가 짧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5년 단임 대통령제 한계와 비극을 극복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전 원장은 대선 키워드를 코로나19, 경제, 미래 등 3가지로 꼽았다.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우리도, 저쪽도 그랜드 디자인을 아직 종합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고,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이 매우 우수한 편인데도 우리 당이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은 나의 삶, 나아가 한국경제를 더 획기적으로 성장 시키고 도약 시킬 비전을 매우 갈망한다"며 "경제는 우리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띄는 분야인데, 한 달 먼저 후보를 확정하고도 다양한 경제 이슈를 선점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은 대한민국이 G10에서 G7으로 도약하느냐, 그 아래로 추락하느냐의 갈림길"이라며 "매우 담대한 비전과 공약, 대안이 준비되어 있는데도 저쪽 당과 확연한 차별화를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보 확정 후에는 과감한 중원 진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의제와 이슈는 전혀 중도층 확보 전략이라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2~3주 안에 이런 문제를 궤도 수정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율이 고착되기 쉽고, 그러면 판을 뒤집기 쉽지 않다"고 역설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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