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의 긴박한 시기에 대선 주자들의 행보에서는 과학기술의 편린조차 찾을 수 없어 실망을 금할 수 없고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17일 “대한민국이 선도국이 되느냐, 쇠퇴의 길을 걷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절체절명의 시기에 정치 지도자들의 인식 전환을 통한 과학기술 중심 국가 비전 확립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이 안보와 경제에 직결되고 있는데 국가 지도자들이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전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 한국공학한림원(회장 권오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원장 임태환),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정희선),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회장 임효숙)와 함께 ‘대전환 시대에 과학기술 중심 국가 비전 확립을 요구합니다’라는 과학기술계 공동 성명서를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그는 “대전환의 시기에 국가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기술 혁신”이라며 “미국·중국·일본·유럽 등은 발 빠르게 조직과 제도를 강화, 대응하고 있으며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국가 지도자들이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과학기술정책국(OSTP)을 내각 수준으로 격상하고 혁신경제법(USICA)을 제정해 과학기술 정책 리더십과 주요 국가와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국가적 자원과 역량을 과학기술에 투입해 오는 2035년 미국 경제를 추월하고 중국몽을 실현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일본은 경제안보상 겸 우주과학기술담당상을 신설해 경제 안보와 과학기술을 연계한 정부 조직을 구축했다. 유럽은 탄소국경세(BCAM), 의료 수출규제 등 다양한 기술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그는 “각국이 기술 패권 경쟁을 위해 국가 지도자들이 앞장서고 있는데 우리는 현재 대선 주자들의 행보에 과학기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국제 질서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목도하는 과학기술계의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며 “지금은 추격형 전략(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선도형 전략(first mover)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미중 과학기술 패권 경쟁, 기후변화의 심화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각인시키고 있어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중심 문명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이 회장은 “인구 절벽을 극복할 우수한 인재를 길러야 하고 성장 동력 발굴과 국가 전략 기술 확보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치 지도자들의 과학기술 인식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