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이재명은 왜 전 국민 지원금을 철회했을까?

이재명 표 지원금 논란 20여일만에 진화 분위기

초과세수 납부 유예해 세원으로 활용하겠다지만

정부, 법령 위반·마땅한 명분 없다고 입장 내놓아

곳곳서 "코로나19로 쌓인 나랏빚 갚아야" 비판

"전국민 아닌 피해 입은 소상공인 지원" 지적도

국민 67.9%도 전국민지원금 '공감하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민재난지원금, 고집하지 않겠다. 여야 합의 가능한 것부터 즉시 시행하자”며 “지원의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한동안 정·관계를 뜨겁게 달궜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란은 이제 진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29일 이 후보가 전 국민에게 1인 당 30만~50만 원가량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한 지 20여 일 만입니다. 정부·야당 여기에 다수 국민들까지 반발하면서 여당 측이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논란의 시작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쓰일 세원이었습니다. 이 후보와 여당은 올해 들어 예상보다 많이 걷힌 초과 세수를 세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초과 세수를 내년으로 미뤄 세계잉여금으로 잡히지 않게 해 채무 상환 규정을 피해가려는 속셈이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연합뉴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국가재정법과 국세징수법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내년 초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납부 유예와 관련해서도 마땅한 명분도 없고 내년으로 초과 세수를 이월하더라도 지방교부세·교부금은 정산해야 하는 점을 들며 초과 세수를 이용해 내년도 예산을 증액하기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재정 원칙과 기준을 견지하는 점은 기본 소명”이라며 곳간지기로서 재정 운용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야당 또한 말을 보탰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초과 세수 납부유예는 꼼수 중 꼼수이고 명백한 범법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부 측에도 “기재부 포함 공직자들이 민주당과 이 후보 매표에 동조한다면, 업무상 국고손실죄, 직무유기죄, 배임죄 등 법적책임에 해당된다”며 “우리 당은 그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고 고발 조치를 할 것이다. 구상권 청구는 물론 개인적으로 배상 책임까지 수반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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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원론적으로 ‘지급이 가능한가’ 여부를 떠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도 부딪혔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지출이 크게 늘어나 정부 부채가 쌓인 가운데 원래 초과 세수가 사용돼야 하는 부채 해결에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초과 세수로는 우선 코로나19 사태 동안 생긴 빚을 갚아야 한다”며 “만약에 돈을 쓰더라도 초과 세수를 국민의 수만큼 n분의 1로 나눠쓰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제공=기획재정부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제공=기획재정부


여기에 돈을 쓰더라도 전 국민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에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내년에도 부채 문제 및 소상공인 업종 전환 문제 등 돈이 쓰일 일이 산적해 있다”며 “돈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때 쓰자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들 상당수 또한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5일~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 60.1%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관련해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지급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32.8%였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관련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7.9%를 기록, 29.3%에 그친 ‘공감한다’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 처리를 강행하려는 의지를 보이자 야당과 정부는 물론 국민의 반발 또한 커졌습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올해 세수를 고의 축소했다며 이는 국정조사 사안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민주당 선대위 공동수석부본부장을 맡은 전재수 의원 또한 라디오 방송에서 기재부를 겨냥, “세수 오차율이 15%를 넘는다는 것은 예산을 가지고 갑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당정 충돌’까지 비화된 각종 논란 끝 이재명 후보는 재난금 지급을 철회하면서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고 단서를 남기면서 일각에서는 여당이 내년 초 추경을 통해 전 국민 지원금 지급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관측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세종=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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