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재명·윤석열 '성별 갈라치기'에…"청년 '먹고사니즘' 외면하고 갈등 부추겨"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대 남성을 의식하는 행보를 잇달아 보인 이후 이에 대한 반작용도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38개 여성단체가 두 후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대안정치세력은 두 후보를 뽑지 않겠다는 온라인 서명을 진행했다. 특정 정당이나 단체에 속하지 않은 20대 청년들의 비판도 적지 않다. 저마다의 주장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방점은 ‘청년의 현실을 외면하고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데 찍힌다. 두 후보가 보다 발전적인 청년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선 후보들의 성평등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여성단체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선 후보들의 성평등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8개 여성단체, 李·尹 비판 기자회견 개최…“젠더 갈등 부추기고 선거에 이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8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후보의 여성 관련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거대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행보를 보면 과연 성평등 국가 실현에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이를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이 참여한 ‘대선전환추진위원회’는 지난 15일부터 “여성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곳에 투표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서를 내고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참여 인원은 20일 오후 2시 기준 7,656명을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李·尹, 최근 20대 남성 겨냥 행보 본격화…"페미니즘이 남녀의 건전 교제 막아"

이들 단체의 기자회견 및 서명은 앞서 두 후보가 온라인상에서 첨예한 논란을 낳는 젠더 이슈와 관련된 공약,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포문을 먼저 연 것은 윤 후보다. 그는 지난 8월 열린 국민의힘 초선 모임 강연에서 저출산의 원인을 분석하며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를 막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해 형량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성폭력을 위시한 강력범죄 무고는 특히 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후보도 질세라 뒤를 이었다. 이 후보는 이달 초 중앙선대위 회의 참석자들에게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의 ‘페미 우선 정책’과 차별화를 이뤄낸다면 젊은 남성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배포했다. 지난 10일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 달라’는 내용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후보가 지난 지방선거의 당락을 갈랐다고 평가됐던 20대 남성 유권자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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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여성 유권자는 배제됐다는 생각 들어” “20대 남성, 페미니즘 하나로 투표 안 해

두 후보의 이 같은 행보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특정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만은 아니다. 우선 20대 여성 사이에서 ‘거대 양당 후보의 고려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회사원 채 모(27·여) 씨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여성들이 겪는 경력단절, 유리천장의 문제가 아직도 공고하다는 걸 느낀다”며 “그런데 두 후보가 강조하는 정책들을 보면 20대와 30대 초반 남성들이 ‘역차별’이라고 하는 주제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20대 여성 유권자는 배제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 모(29·여)씨도 “20대 여성도 투표율이 낮지 않은데 거대 양당 후보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두 후보가 선거 전략으로 젠더 이슈를 이용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학생 김 모(25·남) 씨는 “20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후보의 태도 하나만 갖고 투표 유무를 결정할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다”며 “청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가 있는데 젠더 이슈만 강조하는 걸 보면 오히려 ‘이걸로 표심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라는 반감이 든다”고 꼬집었다. 대학원생 김 모(26·여) 씨도 “성평등에 대한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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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후보 없는 20대, 한 달간 오히려 늘어…"청년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안 내놓아야"

실제로 갤럽이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4자구도 여론조사를 시기별로 비교해 보면, ‘지지 후보가 없다’고 응답한 18~29세의 비율이 지난달 19~21일(국민의힘 후보를 윤 후보로 가정한 가상 구도)엔 24%, 이달 16~18일엔 26%로 오히려 늘었다. 두 후보의 '20대 남성 구애 행보'가 지난 한달간 본격화했지만 20대의 표심을 결정하는 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치권이 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청년 세대의 현실과 고민에 집중해 ‘건강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위 ‘이대남’을 향한 두 후보의 공약과 발언이 20대 남성의 표로 얼마나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며 “20대 남성 사이에서도 성평등 의식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젠더 대립을 유발하는 식의 전략을 선거에서 활용하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 청년 세대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을 마치고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자리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경쟁해야 의미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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