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특파원칼럼] 중국 ‘과기 자립자강’이 우리에게 위협인 이유

최수문 베이징특파원

무역패권전쟁서 수세 몰린 中

첨단 과학기술 육성에 혈안

韓도 '대중경제 의존도' 높아

'안미경중의 위험성' 재고해야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과학기술 장려 대회’에 나온 시진핑 국가주석은 아주 환한 얼굴로 직접 두 명의 과학기술자에게 메달을 걸어줬다. 메달을 받은 사람은 전투기 설계자 구쑹펀과 핵에너지 개발자 왕다중이다. 이들에게는 이날 행사의 최고 영예인 올해 ‘국가최고과학기술상’이 주어졌다.

과학기술 관련 시상식은 어느 나라에서나 흔한 행사다. 중국에서는 최고 정치권력자가 꼭 참석한다는 점이 다른 나라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중국의 국가최고과학기술상 시상은 관련 법에 따라 국가주석이 직접 하도록 했다.



이는 최근 중국에서 한층 강해지고 있는 과학기술 중시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에서 채택한 ‘역사결의’에는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추진한다”고 못 박았다. 3월 리커창 총리는 정부 업무 보고에서 “10년간 칼 하나를 간다는 심정으로 과학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은 오래된 의지다. 중국은 소련과의 마찰 및 문화대혁명의 혼란 속에서도 1960년대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인공위성 개발을 의미하는 이른바 ‘양탄일성’을 해냈다.

최근 자립자강 의식은 더 강해지고 있다. 바로 미국과의 무역 전쟁 과정에서 자신들이 불리한 이유가 뒤떨어진 과학기술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에 자국산 첨단 부품을 팔지 못하게 했고 이에 따라 이들 대상 기업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 당국자들의 생각은 이렇다.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에 지는 것이다. 물불 안 가리고 첨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앞서 5월 위안룽핑이라는 농업학자가 91세로 사망한 데 대해 중국 정부 차원에서 추모 분위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중국산 벼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중국 전체의 식량 자급률은 현재 80% 정도다. 중국 정부는 그럼에도 늘 식량 안보가 중요하다고 한다. 만약 나머지 20%를 수입하지 못한다면 마치 큰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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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식량 자급률이 45.8%에 불과한 것을 비롯해 주요 산업의 원료를 해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사실 이해하기 힘든 면도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자립자강은 체제 유지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공산당 독재는 다른 주요 국가들과 아주 이질적이다. 타국이 경제적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이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간판을 바꿔 단 후 계속된 위기의식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 정부로서는 이러한 제재를 돌파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과학기술 개발에 나섰다. 기술 가운데서도 특히 군사 무기 개발이 우선이다. 덕분인지 이제는 미국과의 무력 충돌도 불사할 정도가 됐다.

과학기술이 중국 체제 문제와 연결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상호 공통된 가치관과 정치 체제가 희박한 상태에서 중국의 상황 변화에 따라 한국은 휘둘릴 수밖에 없다.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그랬고 가장 최근의 요소수 사태도 마찬가지다.

시진핑의 초장기 집권을 예고한 중국은 향후 과학기술 자립자강 정책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바로 시진핑의 생존 조건이기도 하다. ‘안미경중’이니 ‘위드 차이나’라고 하면서 중국의 위협을 경시하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내용이다.

/chsm@sedaily.com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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