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尹 "종부세 전면 재검토"까지 언급…대선 앞 '뜨거운 감자' 될듯

[종부세 폭탄 일파만파]

■ 종부세 폐지론 13년만에 재점화

"조세법률주의 위반" VS "집값 안정"

2008년 국회 예결특위서도 설전

올 대상자 폭증에 폐지론 힘받아

국세청이 올해분 종부세(주택분) 고지서 발송을 시작한 22일 오후 한 납부 대상자가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종부세 고지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국세청이 올해분 종부세(주택분) 고지서 발송을 시작한 22일 오후 한 납부 대상자가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종부세 고지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어도 종합부동산세 대상에 오르고, 징벌적 과세로 다주택자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되면서 고지서가 나올 때마다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 보수 정부에서 종부세 폐지에 앞장섰던 기획재정부가 지금은 ‘2%’만 해당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대로 지속 가능할지에는 의문이 뒤따른다.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한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사라질 뻔 했던 적이 있다. 국회 조세소위에서 사실상의 여야 합의 단계까지 갔으나 막판에 이용섭 광주시장(당시 야당 민주당 의원)이 반대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은 종부세에 대해 “헌법상 사유재산권과 조세법률주의에 맞지 않다”며 “(종부세 대상자인) 2%의 국민에 대해 그렇게 많은 세금을 받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2008년이면 종부세 전체 납부금액이 채 1조원도 되지 않던 때다. 22일 기재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종부세 주택분 대상자는 올해 94만 7,000명, 세액은 5조 7,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집값 상승과 세율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 등의 효과가 중첩되면서 종부세 고지 인원과 세액이 모두 많이 증가했다.



지난 2008년 종부세 폐지론이 들끓었을 때 강 전 장관은 종부세가 순리와 원칙에 맞지 않는 징벌적 과세이며 재산세에 흡수하는 방식으로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용섭 당시 민주당 의원이 보유세 및 양도세 과세 강화가 집값을 안정시켰다고 주장하자 강 장관은 “조세로 투기를 막는 나라도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종부세 개편안은 중산층, 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는 양승조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는 “중산층, 서민에게 대못을 박으면 안되고 고소득층에게 대못을 박는 상황은 괜찮다는 말이냐”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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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 국민의 98%는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며 “일각에서는 전 국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또는 가구 기준으로 과세 대상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종부세는 인별 과세체계이므로 인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한 것과는 상반된다.

이번 대선에서도 ‘종부세 폐지론’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폐지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며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국토보유세를 신설, 보유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를 통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과 수도권 비중이 높아 지자체별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액 지방정부로 내려가는 조 단위 종부세수가 사라질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로 종부세는 2005년 도입된 후 과세 방식, 세율, 공제 등의 변화를 숱하게 겪으면서도 사라지지는 않고 명맥을 이어왔다.

이번 종부세와 관련해서도 여야 간의 거센 논박이 오갔다.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고지세액 비중’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넣어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이 줄어든 것 마냥 포장했다”며 “종부세 통계왜곡으로 국민의 무거운 세 부담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부세가 부과되는 시가 약 16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을 가진 1가구 1주택자 중 72.5%의 연간 종부세가 고작 50만원 뿐”이라며 “윤석열 후보의 종부세 감면론은 상위 초고자산가를 위한 ‘부자 감세’”라고 주장했다.

한편 급증한 세부담을 부담할 만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충분한 현금을 갖지 못한 납부 대상자 또한 문제로 제기된다. 이런 와중 일각에서는 ‘종부세 위헌론’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는 법무법인 수오재에 의뢰해 조세불복심판 청구와 행정소송, 위헌 소송을 차례로 진행하기로 하고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산정 근거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부세의 산정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 근거가 빈약하다”며 “특히 공시가 현실화율은 사실상 세율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국회 동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법적 근거도 없다”고 비판했다.


세종=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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