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궈차오





올 3월 서구 제조·유통 업체들이 중국 신장 지역의 강제 노동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자 현지에서는 이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반면 중국의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안타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자국 브랜드 중심의 애국주의 소비 성향을 일컫는 ‘궈차오’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안타는 궈차오 열풍에 힘입어 나이키 등 서구 업체들을 제치고 스포츠 의류 분야 1위에 올랐다.



궈차오는 중국을 뜻하는 궈(國)와 유행을 말하는 차오(潮)의 합성어로 ‘민족주의 소비’로 통한다. 궈차오가 급부상한 것은 2018년 2월 뉴욕패션위크였다. 중국 스포츠 브랜드 리닝이 현지인이 선호하는 붉은색 디자인으로 뉴욕 한복판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는데 중국 젊은 층은 여기에 자긍심을 느꼈다. 궈차오 현상은 미중 갈등과 비례해 더욱 심해졌고 중국에 대한 자부심을 상징하는 흐름으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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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차오를 주도하는 이들은 중국 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이다. 중국의 성장을 체감하며 자란 1990년대생 ‘지우링허우’와 2000년대생 ‘링링허우’ 등의 자국 제품 선호도는 유독 높다. 화웨이·샤오미 등의 휴대폰이 중국 내에서 사랑을 받는 이유다. 1세대 궈차오가 의류·식품 등 생활용품에 대한 애국적 소비라면 2세대는 휴대폰·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소비다. 3세대는 문화·취미 생활 등으로 번지고 있다. 반면 궈차오 현상 확산으로 해외 업체들은 중국 시장 공략 방안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 일부 업체들의 경우 중국 매출이 올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0%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가 열린 11월 11일 광군제에서 궈차오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났다”며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중국 내 생산 제품 판매가 급증하고 최대 포털 바이두의 중국 제품 검색 건수는 지난해보다 42% 급증해 3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 기업들로서는 중국 사업 비중을 크게 줄이는 한편 중국인이 우리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압도적 기술력을 갖춰야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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