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관객유혹, 뮤지컬 속 독한 캐릭터…'狂(광기)'로 '光(빛)'내다

■레베카·지킬앤하이드

지나친 집착으로 결국 파국 치달아

인간 내면의 '선과 악' 양면성 조명

■노트르담드파리·프랑켄슈타인

외면 받으며 욕망에 짓눌린 인간

누가 정상이고, 누가 괴물일까…


연말을 맞아 주요 뮤지컬 제작사의 ‘효자 작품’들이 잇따라 등판하며 모처럼 무대 위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관객 사로잡는 대작의 경쟁 속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기괴함을 매력으로 승화시킨 ‘독한 캐릭터’들이다. 광기에 사로잡힌 집사부터 시체를 이어 붙여 만든 저주받은 생명체까지. 기괴한 매력으로 티켓팅(예매)을 부르는 그야말로 ‘마성의 캐릭터 전성시대’다.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역의 옥주현(왼쪽)과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하는 신성록/사진=EMK, 오디컴퍼니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역의 옥주현(왼쪽)과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하는 신성록/사진=EMK, 오디컴퍼니



인간 본성의 광기·선과 악을 묻는…레베카·지킬앤하이드



뮤지컬 ‘레베카’에서는 사실 레베카를 볼 수 없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이름만 등장하는 캐릭터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망자인 레베카를 계속해서 상기시키며 음습한 기운을 내뿜는 인물은 레베카를 모셨던 대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이다. 죽은 레베카의 남편과 결혼해 저택에 온 ‘나’를 견제하는 그는 집착과 광기, 그리고 파멸로 이어지는 한 인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나’를 함정에 빠뜨린 댄버스 부인이 적의를 드러내며 부르는 노래 ‘레베카’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3옥타브를 넘나드는 고음, 영화를 보는 듯한 무대 미장센이 어우러져 관객을 압도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옥주현과 신영숙이 댄버스 부인을 연기한다. 내년 2월 2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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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버스 부인이 ‘광기의 여성’이라면 남자 캐릭터엔 ‘지킬앤하이드’가 있다. 1997년 첫선을 보인 브로드웨이 버전은 흥행에 실패했으나 2004년 이를 국내 정서에 맞춰 수정해 선보인 한국 공연은 소위 ‘대박’을 터뜨리며 17년간 매진 신화를 써내려 오고 있다. 신사 중의 신사인 지킬 박사가 선과 악을 조절하는 약품을 자기 몸에 주입해, 지킬 박사 안에 꿈틀대던 악의 자아 하이드가 나타나는 줄거리다. 분장부터 목소리와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두 인물’을 한 배우가 연기한다. 극 말미 바뀌는 조명에 따라 지킬과 하이드를 순식간에 오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뮤지컬 명곡 ‘지금 이 순간’의 감동은 말이 필요 없다. 탄탄한 스토리와 강렬한 음악 속엔 선과 악이 혼재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적 성찰도 담겨있다. 이번 시즌에는 류정한, 홍광호, 신성록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연기한다. 내년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의 콰지모도 역의 안젤로 델 베키오(왼쪽)와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로 변신하는 카이/사진=마스트엔터, NCC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의 콰지모도 역의 안젤로 델 베키오(왼쪽)와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로 변신하는 카이/사진=마스트엔터, NCC


욕망에 짓눌린 인간이여, 누가 괴물인가…노트르담드파리·프랑켄슈타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은 누군가에게 ‘괴물’이라 불리는 꼽추 콰지모도다. 일그러진 얼굴과 체형,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의 그를 모두들 천대한다. 그러나 집시 여인 에스메렐다를 향한 이 성당 종지기의 사랑은 순수하고, 또 아름답다. 이 작품은 15세기 파리의 혼란한 사회상과 집시 여인을 향한 세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대사 없이 노래(성스루)로만 풀어낸다. 에스메랄다와 약혼녀 사이에서 방황하는 근위대장 페뷔스, 애욕에 악행을 저지르는 성당 주교 프롤로의 ‘다른 사랑’이 콰지모도의 그것과 겹쳐지며 추함과 아름다움을 곱씹어보게 한다. 콰지모도 역의 배우들은 꼽추라는 설정을 위해 의상 한쪽 어깨에 보형물을 넣고, 공연 내내 구부정한 자세로 연기한다. 보형물은 과거 10kg에 달하는 철제 틀이었지만, 요즘은 소재를 솜으로 바꿔 공연하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버전이다. 프랑스어의 연음(리에종)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우아함이 ‘대성당들의 시대’ ‘아름답다’ 등 명곡과 어우러져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12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는 24일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찾아온다. 주인공 ‘괴물’은 시체를 이어붙여 만든 피조물이다.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4년 초연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앙리 역의 배우는 자신을 만든 빅터로부터 버림받는 ‘괴물’ 역을 함께 연기한다. 버려지고, 핍박당한 괴물은 자신이 겪은 아픔을 창조주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기 위해 잔혹해진다. 독특한 괴물 발성은 기본이요, 넘버의 음역 대가 저음부터 고음까지 넓어 배우의 체력 소모가 매우 큰 캐릭터로 유명하다. 3년 만에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이번 무대에서는 박은태, 카이, 정택운이 괴물로 변신한다. 24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개막.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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