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인터넷뱅커 공채 문’ 케뱅이 먼저 열었다

출범 4년만에 인턴십 두자릿수 모집

몸집 늘어난 카카오·토스뱅크는

아직은 경력 중심 수시채용 집중




케이뱅크 사옥케이뱅크 사옥




“문과도 뽑아요.” 한 금융권 취업 준비 네이버 카페에서 케이뱅크의 채용연계형 인턴십 공고를 본 대학생 A씨는 가슴이 쿵쾅거렸다. 금융의 미래인 인터넷은행에 신입직원으로 직행할 수 있는 흔치 않을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정성들여 입사지원서를 낸 A씨는 “인터넷뱅커의 꿈에 한발 다가섰다. 기회가 닿는다면 꼭 입행해 은행장 자리에까지 오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인터넷은행들은 그간 빠듯한 살림과 넘쳐나는 일거리에 ‘즉시 전력’ 감을 뽑아왔다. 하지만 제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변화의 물꼬를 텄다. 케이뱅크는 지난 12일부터 24일까지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채용연계형 인턴십 지원자를 모집했다. 모집 직무는 △IT △마케팅 △데이터 △리스크 △준법 △재무·회계 △경영지원 등 총 7개 분야다. 모집 대상은 2021년 2월 이후 4년제 대학 졸업자 혹은 2022년 8월 졸업 예정자다. 사실상의 신입 공채다. 온오프라인 금융권 대졸 취업 커뮤니티가 들썩인 이유다. 케이뱅크 내부에서도 막내 행원을 맞을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접수 결과 2,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채용하는 채용연계형 인턴십 총 선발 규모는 두 자릿수다. 지난 6월 말 기준 케이뱅크 총 임직원은 387명이니 결코 적지 않은 인원을 뽑는 셈이다. 인턴 기간 처우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월 300만 원이다. 웬만한 중견·중소 기업 정직원 첫 달 월급을 넘는 액수다. 인턴 기간은 3개월로 비교적 짧다. 최대한 취준생 입장을 배려해준 대목이다.



전형은 ‘서류 접수→인성 검사→면접’으로 이뤄진다. 전 과정은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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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합격자 발표는 오는 30일이다. 곧바로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정보기술(IT) 분야는 코딩테스트, 데이터 분야는 사전 과제가 주어질 예정이다. 면접(인터뷰)은 직무별로 6일부터 17일까지 숨가쁘게 진행된다. 합격자에게는 개별적으로 연락이 간다.

합격자는 내년 1월 5일부터 3월 31일까지 3개월간 인턴십 과정을 완료하고 별도 정규 전환 심사를 통과하면 내년 4월 케이뱅크 정규직으로 최종 입사하게 된다. 케이뱅크 인사팀 관계자는 “채용 규모, 정규직 전환율 등을 정해놓지 않고 우수한 인재들을 모셔 최대한 많은 인원을 뽑으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합격자에게는 재충전을 위해 인턴십 수료 후 입사 전까지 일주일간의 휴가인 ‘갭위크’를 제공한다. 장민 케이뱅크 경영기획본부장은 “이번 인턴 모집은 미래 금융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은행 업무 전반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하고 정규직에 선발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테크핀 기반의 모바일 금융 혁신을 이끌어갈 우수 인재의 많은 관심과 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제1호 인터넷은행으로 닻을 올린 케이뱅크는 출범 이래 첫 흑자가 확실시되는 올해 가장 먼저 챙긴 건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였다. 인터넷은행 주 고객층인 청년 세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중장년 경력 직원들에 치여 높은 채용 문턱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다.

이번에 케이뱅크가 신호탄을 쏘아올리면서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2·3호 인터넷은행들도 몸이 달아오르고 있다. 열의와 애사심이 넘치고 스펙 좋은 사회 초년생을 붙잡는 게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 인터넷은행은 출범 이후 몸집을 크게 불렸으나 주로 경력 직원을 데려오는 데 집중했다. 출범 첫해 300여명으로 시작했던 카카오뱅크는 1,0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일하는 대기업으로 변모했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카카오뱅크는 이미 취준생이 가장 가고 싶은 금융사 1위에 랭크돼 있다. 리딩 뱅크로 불리는 KB국민은행을 밀어내고서다. 이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 5월 올해 신입 채용을 준비하는 4년제 대학 졸업 학력 ‘취업 준비생(취준생)’ 598명을 대상으로 ‘금융권 취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기 비결은 확실한 성과 보상에 있다. 올해 상장 대박을 터뜨린 카카오뱅크는 전 직원 임금을 1,000만 원 이상 일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그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내부 구성원과 회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보상 방안을 도출해 임직원들에게 제시했다”고 했다. 직원들의 지갑을 두둑이 채워주는 배경에는 능력 있는 경력 직원을 모시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API, 클라우드 등 분야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인력을 수시 채용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중 막내인 토스뱅크도 금융권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토스뱅크 역시 카카오뱅크와 같이 아직 신입보다는 능력 있는 경력 직원을 선발하는 데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00여명 규모로 출범한 토스뱅크는 연말까지 300명 규모로 인력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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