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남아공 신규확진 90% 차지...유럽 뚫리고 뉴욕은 비상사태 선포[전세계 덮친 오미크론 공포]

[확산 초비상...빗장 걸어도 '속수무책']

독일·영국·벨기에·이탈리아 등서 감염자 속출

기존 변이와 유전형질 달라 백신 무력화 가능성

PCR 검사로 검출 어려워 확산 제때 못막을수도

일각선 "전파력 강해도 중증 위험 낮다" 분석도

27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앞에서 인부들이 WTO 각료 회의를 위해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고 있다. WTO는 30일 예정이던 각료 회의를 전격 연기했다. /EPA연합뉴스27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앞에서 인부들이 WTO 각료 회의를 위해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고 있다. WTO는 30일 예정이던 각료 회의를 전격 연기했다. /EPA연합뉴스




아프리카와 홍콩에 이어 유럽 곳곳에서도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각국이 서둘러 남부 아프리카발(發) 항공기 입국을 막으며 오미크론 차단에 나섰지만 이미 시작된 전파를 막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당국도 오미크론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뉴욕은 코로나 환자 급증 우려 속에 비상사태 선포를 예고했다. 올여름과 가을 세계 경제를 멈춰 세웠던 델타 변이의 위력이 오미크론에 의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로 급속 확산 현실화

27일(이하 현지 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현재 독일과 영국·벨기에·이탈리아·체코·덴마크·호주 등에서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나왔다.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남부 아프리카 방문 이력이 있거나 이곳 출신인 것이 공통점이다. 영국 정부는 오미크론 감염자 2명 둘 다 남아공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남아공에서 출발해 26일 네덜란드에 입국한 여객기 2대에서 승객 61명이 무더기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네덜란드 보건 당국은 이들 중 최소 13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고 28일 밝혔다.

영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5일 남아공 등 아프리카 6개 나라에서 들어오는 항공편을 제한한 후 미국과 아시아·중동 국가들도 앞다퉈 봉쇄 조치를 내렸지만 속수무책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이 이미 확산세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백악관 수석 의료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오미크론이 벌써 미국에 상륙했을 수도 있다”며 “변이가 퍼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욕주는 다음 달 3일부터 비상사태에 돌입하기로 했다. 오미크론 확산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이다.





공기 전파 가능성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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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현 상황이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력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오미크론은 항체(인체)와 결합해 바이러스의 전염력을 높여주는 스파이크(돌기)에 32개의 돌연변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델타 변이(16개)의 두 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 긴급 회의를 열고 오미크론을 위험도가 높은 ‘우려 변이’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델타 변이의 경우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올해 5월에야 우려 변이로 지정된 것을 고려하면 WHO가 이례적으로 신속히 대응한 것이다.

오미크론 감염자가 가장 많은 남아공에서는 델타 등 다른 변이들을 제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남아공 하우텡주(州)의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 1,018명 중 90%가 오미크론 감염자였다. 이달 9일 남아공에서 최초로 발견된 뒤 15일 만에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것이다. 영국 코로나19 유전체학 연구를 이끄는 샤론 피콕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하우텡 지역 감염재생산지수는 1.93으로 남아공 전체 1.47에 비해 30% 이상 높다”고 말했다. 홍콩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이 공기를 통해 전파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xi’ 피한 WHO, 中 눈치 봤나

현 유전자증폭(PCR) 검사로는 오미크론을 검출해내기 힘든 점도 확산 차단의 장애 요소다.

또 과학자들은 오미크론이 기존 우려 변이(알파·베타·감마·델타)와 전혀 다른 유전형질을 가졌다고 진단한다. 이것이 현재 오미크론의 ‘백신 우회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단계에서는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테오도라 하치오아누 록펠러대 교수는 “독특한 돌연변이는 오미크론이 에이즈(H.I.V) 환자 체내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반면 오미크론을 최초로 발견한 남아공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오미크론) 감염자의 증상은 특이하지만 다른 변이보다 경미했다”고 했다. 오미크론의 위험도가 우려만큼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WHO가 신종 변이를 명명하는 과정에서 그리스 알파벳 ‘크시(ξ)’를 건너뛴 것을 두고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WHO는 변이 출현 순서에 따라 그리스 알파벳으로 명칭을 부여했는데 다음 순서인 ‘누(ν)’와 ‘크시’를 건너뛰고 오미크론을 택했기 때문에다. 이에 따라 크시의 영어 철자가 ‘xi’인 만큼, WHO가 중국 시진핑(영문 Xijinping) 국가주석과 변이를 같은 이름으로 부르기 부담스러워 그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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