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국산 ‘K9 자주포’가 이번엔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도 ‘대박’수준의 수출 성과를 낼 지 주목 받고 있다. 제조사인 한화 디펜스가 세계 3위의 무기 수입국인 이집트 시장 진입을 위한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30일(현지시간)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는 지난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일정으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막한 이집트 방위산업전시회(EDEX 2021)에 참가해 이집트 군에 K9자주포 및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을 묶음 상품(패키지 방식)으로 판매하기 위해 당사국과 협의 중이다. 협의에선 K9을 ‘완제품 납품 및 기술 이전 현지생산’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손재일 한화디펜스대표는 이집트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K9은 이미 우리나라 포함 7개국이 운용 중인 ‘글로벌 넘버원’ 자주포이기 때문에 이집트 등 아프리카, 중동 국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국가별, 지역별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등 새로운 글로벌 방산시장 개척에 힘을 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이집트 수출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국산 자주포가 중동·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이번 이집트 수출 협상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기존 주요 구매국인 인도, 유럽 주요국의 사례와 같이 최수 수십대에서 최대 100대 이상 수출이 이번에 성사될 경우 계약금액이 수천억원 이상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안병철 한화디펜스 해외사업본부장은 “K9자주포와 원격사격통제체제, 차세대장갑차 레드백을 홍보하기 위해 (EDEX 2021에) 참가했다”며 “K9 자주포는 다양한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는 신뢰성을 갖고 있어 세계 유수 국가로의 수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현지 언론의 한 기자도 한국 공동취재단과 만나 “이집트에서는 K9 도입에 관심이 크다”며 “성능이 좋아서 이집트 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규·추가 도입국 늘어날 듯
한화디펜스는 앞으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을 대상으로 K9 신규 수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K9 구매국들의 추가 도입 등도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K9은 지난 2020년 9월 호주 자주포 도입 사업의 우선공급자(preferred bidder)로 선정돼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인도 육군도 추가로 40대를 더 구매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올해 8월 나오기도 했다. 인도 육군은 앞서 지난 2017년 100대의 K9을 450억 루피(7,128억원)에 구입하기로 계약을 맺어 올해 2월까지 100대 전량을 인수했는데 성능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9의 수출실적은 현재까지 600대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K9은 2000~2017년 572대가 수출돼 같은 기간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48%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189대 수출된 독일 판저하우비츠2000(PZH2000), 3위는 175대 수출된 프랑스 카이사르, 4위는 128대 수출된 중국 PLZ-45였다.
K9이 자주포 시장의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까닭은 높은 가성비다. PZH2000와 어깨를 견주는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훨신 저렴해 우리나라와 유럽 선진국은 물론 세계 주요 신흥국들이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올해 11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및 전 세계 주요국에서 총 1,700여대가 운용되고 있다.
◆성능 어느 정도길래
K9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주관 아래 1998년 처음 개발됐으며 한화디펜스가 생산 중이다. 포 구경은 155mm, 최대 사거리는 40km에 달한다. 자동화된 사격통제장비, 포탄 이송과 장전장치를 탑재하여 급속발사시 15초 이내에 초탄 3발을 발사할 수 있다. 3분 동안 사격시 분당 6~8발을 쏠 수 있다. 1시간 동안 지속 사격시에도 분당 2~3발의 사격 능력을 구현다.
K9은 탱크가 아닌 자주포인데도 최신 탱크 못지 않은 뛰어난 기동성을 발휘한다. 중량이 47톤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1,000마력의 디젤엔진을 탑재해 최대 67km까지 달릴 수 있다. 특히 먼 거리의 적을 정밀 사격으로 타격하고, 신속히 다른 장소로 이동한 뒤 다시 쏴서 공격할 수 있다. 이른바 '슛앤스쿳(Shoot & Scoot) 방식의 신속한 진지변환 전술 운용에 최적화된 것이다. 이 같은 기동성은 다양한 전장 환경에서 구현된다고 한화디펜스는 전했다. 산악이 많은 지형은 물론이고 광활한 평원이나 혹한의 설원, 뜨거운 사막이나 습하고 복잡한 정글 등에서도 원활하게 주행·기동할 수 있어서 기후와 지형이 다른 여러 나라에 수출하기 적합하다.
국내에서 개발한 고강도 장갑판이 적용돼 높은 방호력을 발휘한다. 덕분에 적 포병화력의 파편이나 중기관총, 대인지뢰 등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한다. 또한 화생방전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어 생존성이 향상됐다.
◆성능개량으로 진화 예정
K9 탄생 이후 2030년대까지를 목표로 총 3단계의 추가적인 성능개량이 추진되고 있다. 첫번째 개량형인 ‘K9A1’모델은 2018년부터 실전배치됐는데 주엔진의 가동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보조동력장치(APU)가 달린 덕분에 가능해졌다. 또한 조종수의 야간잠망경을 ‘열상형’으로 바꿔 주야간 임무 수행이 가능해졌다. 자동사격통제장치도 향상돼 실시간 탄약현황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두번째 개량형인 ‘K9A2’모델의 개발은 2027년 전력화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 모델은 가장 큰 특징은 ‘고반응화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탄약장전을 100% 자동화할 수 있는 자동화포탑을 탑재하는 것이다. 그만큼 분당 발사속도가 기존의 6발보다 1.5배 가량 빨라지게 되며 탄약 장전을 위한 승무원이 필요 없게 돼 더 적은 인원만 탑승해도 자주포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고방응화포 기술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디펜스가 함께 2016년부터 시작해 올해 9월 완료한 상태다. 이 모델의 사거리는 기존(40km)보다 증가해 54km에 이른다.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탑재도 K9A2의 특징 중 하나다. 이것이 적용되면 차체 외부에 장착된 부무장인 K6기관총을 사격하기 위해 승무원이 외부로 몸을 노출하지 않고도 차량 내부에서 조작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승무원의 생존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냉방장치, 자동소화 장치 등이 K9A2에 추가됐다.
세번째 성능개량형인 ‘K9A3’모델은 2030년대 실전배치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다. 가장 큰 특징은 사거리가 70~100km로 대폭 늘어나고, 첨단 무인화기술이 접목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사격통제 기술과 원격주행 기술이 적용된다./카이로=국방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