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 연말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8,000명대로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중증 환자 수가 다시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고 10세 미만에서도 첫 사망자가 나왔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을 가능성에도 정부가 강력한 방역 대책 시행을 주저해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입수한 코로나19 확진자 단기 예측에 따르면 26일 기준 유행 악화 시 12월 말에 신규 확진자가 7,000~8,000 명대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유행 규모가 이어질 경우 신규 확진자 규모는 4,700~5,9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 26일 기준 방역 상황을 반영하고, 감염전파율과 백신 접종률 등을 감안해 나온 수리 모형 예측치다.
확산세는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신규 확진자는 총 3,857명으로 집계됐다. 집계를 마감하는 자정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12월 1일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는 이보다 더 늘어 4,000명을 훌쩍 넘겨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 하루 최다 확진자는 지난 24일 0시 기준 발표치인 4,115명이다.
문제는 확진자 수의 급증하면 중증 환자수와 사망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 수는 661명으로 다시 최다치를 갈아치웠고, 사망자는 4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에서 10세 미만 소아 확진자 가운데 첫 사망 사례가 확인됐다. 사망자는 기저질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심각한 빨간불이 켜졌는데 정부가 강력한 방역강화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29일 4주간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과 같은 거리두기 조치는 당장 나오지 않았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추가접종만으로 상황을 안정시킬 수 없다”며 “방역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실내 시설에 대한 이용 제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코로나19의 새 변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고 의심되는 사례가 처음으로 나오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지난 14~23일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 거주 부부가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의심돼 검사를 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부부 확진 뒤 40대 남성 지인 1명과 10대 동거 가족 1명이 추가 확진돼 이들도 검사를 받았다. 이들의 최종 오미크론 감염 여부는 12월 1일 오후에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새로운 변이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향후 코로나 대응에 중대 국면이 될 수 있다”며 “즉각 입국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