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폐모세관성혈관종증 환아 폐 이식 성공

희귀질환인 폐모세관성혈관종증 환아가 증상 악화로 입원한지 1년 여만에 폐이식을 받고 무사히 퇴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희귀질환으로 폐 기능을 상실한 만 14세 A군이 폐 이식 수술을 받은 후 경과가 호전되어 퇴원했다고 1일 밝혔다.

폐모세관성혈관종증은 폐 모세혈관이 비정상적으로 과다 증식하고 혈관 내막이 두꺼워지는 희귀질환으로 폐동맥고혈압을 발생시킨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생존 기간이 3년 밖에 되지 않는다. 폐이식 외에는 치료방법도 마땅치 않다.



A군은 작년 11월 증상이 악화돼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한 후 폐이식 대기자로 등록하고 증상 완화 치료를 받았다. 올해에는 8월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소아심장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 치료까지 병행했다. 입원 9개월 여 만에 뇌사 기증자의 폐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수술 당일 환아에게서 이식 후 예후가 불량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동공 확장이 발견된 것이다. 폐이식팀은 적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신속하게 이식에 문제 없음을 확인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에크모 치료 중으로 이동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도 CT 촬영만 두 차례 진행하면서 환아의 안전에 힘을 쏟았다.



환아는 코로나19로 중환자실 면회가 제한된 가운데 폐이식 전후 약 한 달 동안 홀로 인공호흡기와 에크모 치료를 견뎠다. 환자 대퇴부와 목 혈관에 인공호흡기를 삽입하면 거동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식 받은 폐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호흡 및 운동근육을 키울 수 있는 재활 훈련이 필수다. 환자는 침상에 누워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홀로 앉고 걷는 과정을 통해 코어 등 근력을 자극하며 본격적인 재활 운동에 돌입했다. 덕분에 9월 17일 일반 병실로 옮기면서 가족들과 재회하고 경과가 회복되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신체적, 정신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의료진들의 정성 담긴 진료와 위로가 큰 힘이 됐다”며 “세브란스병원을 믿고 충실히 진료를 계속해서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폐이식을 집도한 흉부외과 이진구 교수는 "호흡기내과, 심장혈관외과 등 다양한 과와 함께 환자 컨디션에 맞는 최적의 진료 방향을 설정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폐이식은 면역억제제 섭취와 호흡·운동 재활이 필수이기 때문에 환자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치료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