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과 갈등을 빚다 중앙 무대에서 잠적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부산 지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에 예정된 일정은 취소했지만 지역에서 당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 전원을 끄고 윤 후보 측의 연락을 받지 않는 등 냉각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전날 잠행에 들어간 뒤 부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 등 측근들이 동행했다. 이 대표는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식사하며 부산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저녁 9시께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단독 회동했다. 이 대표는 정 전 의장에게 선거대책위원회 관련 갈등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은 서울경제에 “당 내분으로 비치지 않도록 유념하고 후보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후보가 정치 경험이 많지 않으니 그 점을 이해하면서 노력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역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부산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았다. 이곳은 윤 후보의 측근인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사무실을 격려차 방문했고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전날 장 의원이 이 대표를 공개 비판한 만큼 우회 저격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대표는 이후 순천으로 이동해 천하람 당협위원장과 만났다.
이 대표는 당분간 지역에 있으면서 중앙과 거리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도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관계자는 본지에 “(오늘) 상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윤 후보로부터의 연락은 없었다고 한다.
윤 후보는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적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와 문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무리해서 연락하기보다 (이 대표가) 생각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면 (연락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당무를 거부한 상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부산에서도 선거운동 계획과 실행 방안을 계속 보내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당내 분위기는 갈등 봉합으로 기울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은 모임을 갖고 두 사람이 화합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초선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발 정권 교체라는 대의만 생각하자”며 “부디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달라”고 주문했다.
중진 의원들은 이 대표의 당무 거부 사태를 논의하려 긴급 회동을 했는데 이 대표의 행적을 전해 듣고 의견을 낼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회의에는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김기현 원내대표, 주호영·서병수·권영세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2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취소했다. 이 대표의 지방 순회 일정을 고려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