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 의심자가 4명 나온 가운데 이 변이가 이미 국내에 유입돼 지역사회에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심자들이 확진 전 지역사회에서 다른 주민과 접촉했다면 감염자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국내 지역사회 유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없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일본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인천공항에서 1시간가량 머무른 뒤 일본으로 입국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 전파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유행을 방지하기 위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미크론 감염 의심 환자인 나이지리아 방문 40대 부부의 밀접접촉자는 총 9명으로 파악됐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분석팀장은 이날 백 브리핑에서 “현재 조사된 내용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방문 부부 확진에서 지표환자였던 부부의 밀접접촉자는 항공기 내 근접거리에 탔던 6명, 그 이후 지인 1명, 동거 가족 2명”이라고 밝혔다.
이 부부는 지난 10월 28일 모더나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나이지리아를 방문했으며 에티오피아를 경유하는 항공기를 타고 11월 24일 오후 3시 30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귀국 후인 25일 검사 결과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부는 입국 뒤 거주지 근처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로 격리면제 대상자이기 때문에 양성 판정을 받기 전까지 이동을 제한받지 않았다. 이들로부터 감염된 자들도 2명 나왔다. 동거 가족 1명과 이들을 공항에서 집까지 이동하는 것을 도와준 40대 지인 남성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지인에 대한 변이 분석 검사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의심되자 당국은 부부와 지인·가족 등 4명에 대한 오미크론 변이 확정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오미크론 감염이 확정되면 지난 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의료진이 오미크론 변이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한 지 7일 만에 국내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오미크론 국내 상륙을 넘어 지역사회 전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40대 부부의 거주지 내 노출 가능성이 있는 주민 8명을 대상으로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 40대 부부의 지인과 아들에 대한 역학조사도 진행 중이다. 박 팀장은 “(지인과 아들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시점에서 이동 제한이 이뤄졌겠지만 적절하게 시행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당 지자체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첫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인천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입국한 것도 우려를 키운다. 일본 외교관인 이 확진자는 항공기에서 내려서 인천공항 내 제한 구역에서 대기하다가 일본으로 출국했다. 당국은 “항공기 탑승 입국자 가운데 확진자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확진자의 접촉자를 추적하고 있다. 박 팀장은 “1차적으로 동일 항공기 탑승객을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인천공항 노출 상황은 별도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어느 정도 머물렀는지부터 노출 평가와 접촉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날 오미크론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입국 검역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유행시킨 오판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국은 4월 국내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를 처음 확인했지만 “아직 델타 변이는 소수다.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손을 놓고 있다가 델타 변이는 우세종이 됐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입 사례를 줄여서 유행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서 입국 제한이나 입국시 격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접종 완료자 입국 대상 자가격리 면제 제도를 중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내국인과 자가격리면제서를 소지한 외국인 등은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왔을 때 격리 의무가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국자 격리 면제를 한시적으로 중지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