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결국 무산됐다. 글로벌 수소산업 선점을 위해 파격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업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제기됐지만 조세 당국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수소를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안을 두고 협의를 벌였다.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되면 기업은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들인 비용에 대해 법정 최고 수준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와 배터리·백신을 국가전략기술 대상 산업으로 꼽은 바 있다.
이번 협의에서 산업부는 수소를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할 것을 기재부에 제안했다. 오는 2050년까지 국내 수소 수요 100%를 청정수소로 공급하는 등 ‘수소경제 이행 기본 계획’에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관련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청정수소 생산 기술 등에 대한 세제 지원이 없어 기업을 유인할 요인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재부는 국가전략기술 선정 조건을 감안할 때 수소를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국가전략기술 대상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크게 영향을 받는 업종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만큼 수소산업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기재부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가전략기술 품목을 늘리려는 논의는 결국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기재부는 국가전략기술 품목보다 지원 수준이 한 단계 낮은 신성장 기술에 수소 관련 기술을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반도체와 코로나19 백신, 2차전지 등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됐다. 다만 업계에서 요구해온 수도권 대학 정원 완화와 주 52시간 근로제 탄력 적용 등은 빠져 미완의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