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인재 영입 경쟁이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인재 영입의 키워드는 ‘청년’ ‘여성’이다. 지지율에서 열세를 보이는 여성과 청년 표심을 겨냥한 포석의 성격이 짙다. 문제는 인물 검증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인재 영입으로 당의 체질과 역량을 강화하기보다는 이미지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1일에도 여성·청년·과학 인재 4명의 영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영입한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가 전날까지만 해도 윤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신의 이력서를 박 의원에게 전달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인 나에게 찾아와 윤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해놓고 다음 날 민주당으로 가는 게 과연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입 인재 1호로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된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에 대해서는 전문성 시비가 붙었다. 민주당은 우주항공 전문가로서의 조 교수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치켜세웠지만 정작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 소장은 “(조 교수를) 우주항공 전문가라고 소개하던데 어떤 경력과 논문 등의 학위가 있는지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조 교수의 사생활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열린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서 고3 여학생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역풍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명으로 구성된 공동선대위원장 중 9명을 모두 청년들로 채우고 그중 고등학교 3학년생을 포함시켰지만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선임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역 선대위원장 열 명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박성민 청와대 비서관 임명 당시와 같은 20대 남성들의 반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 ‘이대녀(20대 여성)’ 공략에 나섰다. 이 교수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에 대한 엄벌과 여성·아동 인권 보호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이다 보니 20대 여성의 표심을 끌어 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다만 이 교수가 자신의 선대위원장 임명에 반대한 이준석 대표와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저에게도 30대 아들이 있다”는 발언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당 대표를 ‘30대 아들’로 본다는 식으로 해석돼 20대 남성들의 반감만 키우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에 함께 이름을 올린 ‘스트류커바 디나’ 씨는 ‘워킹맘’으로 사할린 강제 이주 동포의 손녀로 알려졌다. 여성 표심을 겨냥한 셈인데, 워킹맘을 내세운 것 외에 뚜렷한 경력을 찾을 수 없다. 지나친 이미지 영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 후보가 청년을 국정 파트너로 삼겠다고 내세운 ‘청년보좌역’도 뒷말이 나왔다. 윤 후보는 “청년을 선거용 장식품으로 잠깐 쓰고 버리지 않고 국정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지만 모집 공고에 청년보좌역 활동 기간을 선대위 활동 종료 시기로 못 박았다. 국민의힘은 활동 기간이 유동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학력을 상세히 기재해야 하는 칸까지 있어 반발을 키웠다.
이런 잡음이 계속되자 인재 영입 자체가 이미지만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치도 소명을 가진 직업군”이라며 “적어도 선거 1년 전에 당에 들어와 당에서 육성하고 정치에 익숙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선거 두세 달 전에 인재 영입이라며 보여주기식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런 식의 인재 영입은 구태 정치일 뿐”이라며 “과거 영입된 인사를 더 크게 키울 생각은 없이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행태가 반복돼서는 정당도, 정치도 발전할 수 없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