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난민의 임대주택 신청을 거부한 행위는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난민 A씨가 “전세임대주택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관악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중동 국가에서 입국한 A씨는 2018년 법무부의 심사를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A씨는 지난해 6월 서울 관악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아 전세임대주택 거주를 신청했으나, ‘외국인은 공공임대주택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난민협약에 따른 난민 권리에 관한 규정은 국내법의 효력을 가진다”며 “그럼에도 난민 인정자가 협약에서 보장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 난민이라면, 국민과 마찬가지로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자격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입주 자격 조회를 위해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는 구청 측 주장에 대해서는 “주민등록번호는 무주택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외국인등록표 등 다른 객관적인 자료로도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정부 난민 심사를 거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총 1,13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