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하면서 재택치료 환자가 1만 1,000명을 넘어섰다. 연일 수천 명 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재택치료 환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재택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한지, 위급 상황이 갑자기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이다. 이에 따라 재택치료 환자가 전문가의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깜깜이 치료’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만약 원격의료가 영구 허용되면 지난 2000년 첫 시범 사업 이후 21년째 잠겨 있던 빗장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는 총 1만 1,107명이다. 의료 시스템의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는 기본적으로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한 상황에서 연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0~5,000명에 달하자 재택치료 환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재택치료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적시에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는 의사-의료인 간에게만 허용되고 의사-환자 간 진단·처방 등의 의료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정적인 원격의료는 허용된다. 미국·일본 등이 일찌감치 원격의료를 도입해 코로나19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비하면 국내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 원격의료를 가능하게 하고 병원들도 적극적으로 원격의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재택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위한 원격의료 시스템을 시급히 갖춘 뒤 의료법 개정, 수가 체계 정비 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제2·제3의 코로나19 사태 발생 시 의료 대란을 막을 수 있으며 평상시에도 만성 질환자의 편의를 증진하고 산간 오지 등의 ‘의료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원격의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재택치료는 원격의료를 활용하기는 하지만 최선의 형태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보완해야 할 점이 있지만 원격의료가 결국 앞으로 갈 길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