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 오류 논란이 불거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법원이 수험생들의 정답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94학년도에 수능이 시행된 후 수능 정답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는 28년 만에 처음이다.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수험생들은 해당 과목 부분이 공란으로 표시된 성적표를 10일 받게 됐다.
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은 법원의 본안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본안 소송은 같은 재판부에 배당됐으며 10일 첫 변론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18일 치러진 수능에서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일부 수험생들은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가 발생해 문항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평가원은 ‘이상 없음’으로 결론 내고 수험생들은 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법원의 결정 이후 교육부와 평가원은 “예정대로 10일 모든 수험생에게 성적표를 교부하되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 6,515명의 성적표에 해당 과목 점수를 공란으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생명과학Ⅱ 응시생은 전체 응시생의 1.5%에 불과하지만 서울대·의대 등을 지망하는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목인 만큼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올 대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본안 소송 접수부터 1심 판결까지 짧아도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가 결론을 빨리 내리더라도 대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당장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16일이고 대입 정시 모집 원서 접수는 이달 30일 시작한다. 늦어도 정시 원서 접수 마감 전에 판결을 내리려면 사실상 10일 열리는 첫 기일에 변론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선고 기일을 지정해야 한다. 판결이 늦어지면 성적이 확정되지 않아 남은 입시 일정이 틀어질 수 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후속 대학입시 일정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각 대학 등과 협의할 것”이라며 “본안 판결이 조속히 나오도록 요청하고 소송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시 전문 기관인 종로학원은 “20번을 전원 정답 처리하면 평균 점수가 올라가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69점보다 1∼2점 하락할 것”이라며 “서울대·의예과 등의 지정·가산점 부여 과목이라 전국 의약학 계열 등 상위권에 폭넓게 영향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