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서울 용산구의 노른자 땅인 나진 전자월드 상가를 인수한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인수한 나진산업의 핵심 자산인데 용산의 초대형 상업단지 개발을 염두에 둔 현대그룹이 우량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017800)터를 앞세워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에 위치한 나진전자월드 상가와 신계동에 위치한 건물 등을 약 1,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지난 10일 결정했다. 나진전자월드는 부동산 임대 기업 나진산업이 보유하던 건물로 지난 1967년 지어진 국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단지다. 용산역 인근의 전자상가 6개동과 부지 3만여㎡를 보유하고 있다.
나진산업의 최대주주는 IMM인베스트먼트다. 창업주였던 고(故) 이병두 회장이 별세한 후 가족들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를 매물로 내놓았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서부T&D가 자회사인 오진상사를 통해 회사를 인수하려했지만 뒤늦게 뛰어든 IMM인베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기존 주주들이 위약금을 무릅쓰고 IMM인베와 이중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오진상사가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법정 다툼을 벌였고 지난해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져 인수 계약이 성사된 바 있다.
용산 나진 전자 월드는 초대형 상업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로 꼽힌다. 허용 용적률을 적용하면 연면적 기준으로 약 10배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진산업 지분을 약 3,000억 원에 이르는 가격에 인수한 IMM인베는 직접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대신 알짜 자산을 처분해 수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IMM인베가 나진산업 인수를 위해 설정한 펀드의 존속기간은 10년 정도다. 완공 후 투자 회수까지 시간이 걸리는 개발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시간이 빠듯하다. 무엇보다 개발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PEF 운용사가 직접 조달하기도 녹록지 않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현 HMM)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알짜였던 LNG전용사업부를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넘긴 인연이 있다. IMM인베가 나진산업 인수를 위해 펀드를 조성할 때에도 현대그룹이 공동 투자할 만큼 사업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 시공 외에도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하고 있고, 관광 숙박·건설업을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를 두고 있어 용산 부지 개발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한 관계자는 “투자 가치를 고려해 용산 부지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