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주가 조작 사범들을 철저히 응징해 공정한 주식 거래를 하고 MSCI에 편입해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코스피 5,000’ 전망을 띄우자 증권가에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두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제를 총괄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재부 간부들에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와 여권이 MSCI 지수 편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여권을 중심으로 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드라이브가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MSCI 지수가 금융 규제와 투명성 등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권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수 편입 시도는 역설적으로 한국 시장이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공매도 부분 금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동학 개미 열풍에 대한 정치권의 부담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MSCI 지수 편입을 밀어붙이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보다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지수 편입에 앞서 관찰국 대상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데 이 대상이 발표되는 시점은 내년 6월로 실제 편입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만큼 속도전보다 차분한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MSCI 지수 편입은 필연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공매도 전면 개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이 모두 공매도를 전면 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시장의 발전과 확대를 위해 공매도를 언젠가는 개방해야겠지만 공매도에 반감이 큰 개인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한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 그만큼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처리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뜨거운 가슴보다 냉철한 머리로 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