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소급분 포함 여부를 놓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9년 동안 벌여온 6,000억 원대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이날 판결은 경영상의 어려움에 따른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인정받지 못했다. 신의칙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재판부마다 엇갈린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동원금속·두산인프라 등 유사 사건들이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전체 근로자 3만여 명을 대표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정기 상여금 외에 명절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신의칙을 적용해 소급분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업이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경영 상태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며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또 이날 동시에 진행된 현대미포조선 근로자들의 868억 원 규모 통상임금 사건도 유사한 취지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