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CEO 잭 도시는 지난 10월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해 경고하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물가가 수백 퍼센트씩 오르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전세계를 강타할 거란 예언이었죠. 하지만 잭 도시는 이 트윗을 올리고 나서 여러 경제 전문가들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현재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인 건 맞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까지 번지진 않을 거란 지적이었죠.
전문가들이 이렇게 말한 건 인플레이션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연임이 결정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추세를 뒤집기 위해 도구들을 사용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I의 공포로부터 지켜줄 이 ‘도구들’은 과연 뭘 말하는 걸까요?
◇테이퍼링·금리인상이 인플레 대응책인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죠. 쉽게 말하자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한 양적완화와 금리인하에 반대되는 정책을 펼치는 겁니다.
테이링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테이퍼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가늘어지다' ‘뾰족하게 하다'인데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 때문에 풀었던 돈의 규모를 조금씩 줄여나간다는 개념입니다. 흔히 수도꼭지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콸콸 풀던 돈을 서서히 줄여 더이상 풀지 않는다는 거죠.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테이퍼링의 뜻이 양적완화를 더이상 안 하겠다는 거지, 이미 푼 돈을 다시 가져가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준의 자산 규모를 보면, 2009년 이후 3차례에 걸쳐 자산이 크게 늘어난 이후 5년간 비슷한 규모로 유지된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바로 이 시기가 연준이 테이퍼링을 진행한 시기입니다.
자,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연준은 리먼 사태로 파탄났던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2013년 ‘테이퍼링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후 서서히 채권 매입양을 줄이고 자산 규모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침체되자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큰 규모로 양적완화를 진행했죠. 세계 4대 중앙은행이 2020년 3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8개월 동안 공급한 자금의 양은 10조6,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 결과 시장에 유동성이 돌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넘치는 유동성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는데요. 이에 따라 연준은 11월 초 테이퍼링을 공식화했어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두 번째 도구는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기업과 사람들이 돈을 빌리는 게 쉬워져 시장에 돈이 돌게 되고, 낮은 예금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에 돈을 묶어 두기보단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가에 좋은 영향을 끼치죠. 그러나 여윳돈이 너무 오랫동안 시장에 풀려있을 경우 자산시장에 과열이 일어나게 됩니다. 금융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부동산·주식·코인 등에 돈이 단기간에 몰리면서 버블도 끼게 되는 거죠.
그래서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장에 풀린 돈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 건데요. 은행의 예금 및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기업과 사람들은 대출보단 저금을 더 하게 됩니다. 투자와 소비가 줄어들면서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은 자연스럽게 하락하고요.
이렇게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정책을 펼치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서서히 진정되면서 공급난까지 해소되면 경제는 다시 안정화될 수 있습니다.
◇고물가 잡는 ‘도구들'은 왜 시장에 큰 충격을 줄까
하지만 금리인상과 테이퍼링엔 부작용이 따를 수 있습니다. 먼저 테이퍼링은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나빠졌는데도 주가가 급등하고,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양적완화였기 때문이죠. 경제 지표가 나쁠수록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열심히 돈을 풀 거고, 그에 따라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게 될 거라는 기대가 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선 고용지표가 하락하는 동안에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더이상 양적완화를 안 하겠다는 소식은 주식 시장에 악재일 수밖에요.
금리인상이 시장에 주는 충격 역시 상당한데요. 우리가 현재 초저금리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죠. 기축통화국 미국의 기준금리를 한번 보겠습니다.
1979년 오일쇼크 이후 기준 금리는 점차 낮아졌고, 근 10년간은 금리가 2.5%를 넘은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 10년 중 절반은 금리가 0.25%, 즉 제로금리였고요. 한국 역시 5%대를 넘어선 적이 근 10년간 없었죠. 초저금리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보니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겁니다.
신흥국에 ‘긴축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긴축발작이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 등의 정책을 쓰는 과정에서 신흥국에 있던 자금이 우선적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 때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주가는 떨어지고, 금융 불안이 발생하게 돼요. 그리고 이런 신흥국의 혼란스러운 경제는 다시 다른 나라들에 영향을 주게 되고요.
그럼 이런 부작용들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순 있지만, 수많은 고려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딱 맞는 시점에 적절한 정책을 써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죠.
또 하나 중요한 건 시장에 충격을 나눠서 전달하는 거예요. 시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리고 ‘도구’(테이퍼링&금리인상)를 실제로 사용하려고 할 때, 오랜 기간에 걸쳐 예고를 하는 거죠. 당장 ‘우리는 이런 상황이야! 그래서 이런 조치를 취할 거야!’라고 단언을 해버리면 시장이 패닉에 빠질 수 있거든요.
실제로 11월 초 연준의 테이퍼링이 시작되었을 때 아시아 각국 증시가 강세를 보였는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랜 기간에 걸쳐 테이퍼링 계획을 알렸고, 또 테이퍼링을 하면서도 금리 인상 시기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에요.
두 편에 걸쳐 인플레이션이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핵심만 간단히 짚어봤는데요. 경제 현상이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만큼 그에 대해 꼭 맞는 해법을 내리는 게 참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각국 정부나 중앙 은행들이 할 수 있는 것 말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음 기사에서 이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