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위기에 처한 대한항공이 서울 송현동 부지를 5,500여억원에 매각하면 유동성에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23일 서울 종로구 48-3번지 등의 송현동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5,578억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대한항공은 “매각 금액은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예정”이라며 “이후에도 자구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7성급 호텔을 포함해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하려고 했지만, 학교 반경 200m 이내에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현행법에 막혀 좌초됐다. 송현동 부지 인근에는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등이 인접해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19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자구노력을 위해 송현동 부지를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송현동 부지 공원화를 발표하면서 매각은 또 다시 무산됐다.. 공원화 계획이 발표되자 매각 입찰에 참여한 15개 업체가 모두 입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시가 보상금액을 4,670억원으로 산정하자 대한항공은 시세에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에 송현동 공원화를 막아달라며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의 중재에 따라 올해 3월 대한항공·서울시·LH 간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한 조정서가 체결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LH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매수하고, 이를 서울시가 보유한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와 교환한다.
송현동 매각 금액 5,578억원은 서울비 보상금액보다는 높지만, 시장 가격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매각으로 대한항공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대금이 납입되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293%에서 10%포인트(p)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올해 초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현재 인천 영종도의 레저 시설인 왕산마리나를 운영 중인 왕산레저개발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매각해 8,000억원 가량을 확보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에 공항버스 사업인 칼리무진 사업부를 105억원에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