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유튜브 좀 봤다는 이들 시청 기록을 털면 아마 이 작품 하나쯤 당연히 나오지 않을까. ‘누가 우리 회사 사무실에 CCTV 달아놨느냐’라고 말할 정도로 극강 리얼리즘을 자랑하는 직장 우화. 드라마 ‘미생’을 ‘직장 판타지물’로 만들어버린 바로 그 작품, 인기 웹드라마 ‘좋좋소(좋소 좋소 좋소기업)’가 내년 1월 18일 시즌 4로 돌아온다.
새해 차례대로 공개될 ‘좋좋소’ 시즌 4 그리고 시즌 5에서 더욱 새로운 에너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두 히로인이 있다. 바로 김태영(이미나 역) 배우와 진아진(이예영 역) 배우다. 이들이 최근 서울경제스타 사무실을 찾아왔다. 이들에게 작품 이야기와 더불어 새해 소망을 물었다. ‘좋좋소’ 신입사원으로 ‘빙그레’ 해맑게 웃으면서도 할 말은 하는 캐릭터 이예영. 올해 그를 확실히 대중에 각인시킨 배우 진아진은 이예영과 꼭 닮은 당차고 밝은 기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사장도 깨갱하게 만드는 무표정 ‘쎈캐’ 대리 이미나. ‘4차원’ 매력과 함께 대한민국 모든 대리들 마음을 ‘사이다’로 어루만진 배우 김태영은 인터뷰 도중에도 진아진 배우를 살뜰히 챙겨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서울경제스타가 준비한 두 배우 인터뷰는 진아진(24일), 김태영(26일) 순으로 각각 공개된다. 이들의 앞날을 응원하며, 먼저 진아진 배우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 ‘빙그레’ 인턴 이예영과 배우 진아진의 동반성장기
진아진 배우는 최근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영화를 공부하는 스터디 크루에 합류해 배우로서 열정을 쏟으며 지냈다. 그러다 크루에서 단편영화를 한 편 제작하게 됐는데, 제목부터 눈에 확 들어온다. 바로 ‘우리들의 X된 단편영화 제작기’다. 인터뷰 땐 이 얘기가 안 나왔지만 그는 단편영화 ‘밴드의 탄생(2021)’에도 주연으로 출연한 바 있다.
“촬영은 다 끝났고 지금부턴 야망인데, 영화제에 출품해 보자고 말하고 있어요. 안 되면 유튜브에라도 올려봐야죠. 같이 만든 스태프 분들이 전부 연기하는 배우들이에요. 처음에는 같이 공부하려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점점 더 재미있어졌어요.”
그는 ‘좋좋소’ 이전에도 연기 경력이 꽤 있다. 시작은 약 7년 전 고등학생 때 극단에서 섰던 연극 무대였다. 보통 무명 시절에 대해 물으면 노고나 어려움을 토로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배우는 과정이었다”라고 고쳐 표현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연극을 시작해 자연스레 대학교 연기과에 입학하게 됐고 졸업하기까지 7년이란 시간을 쭉 연기 배우는 데 썼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좋좋소’ 촬영장은 연극 무대와 다른 점이 있었다. 캐릭터 성격부터 달랐다. 주로 비운의 캐릭터, 사연 많은 역할이 많던 연극과 달리 웹드라마 속 ‘예영이’란 인물은 일단 밝아도 너무 밝은 캐릭터였다고. “캐스팅되자마자 내심 좋아하면서도 ‘할 수 있을까?’ ‘나 망했어!’ 이런 생각을 먼저 했었어요. 오만 걱정이란 걱정은 다 하면서요. 유튜브 영상들도 미리 찾아보면서 촬영장으로 들어갔는데, 현장은 생각보다 따뜻한 환경이었어서 완전 녹아내릴 정도였었어요.”
진아진 배우 피셜, 극중 가장 많은 희로애락을 겪는 인물이 바로 이예영이다. 그만큼 ‘좋좋소’ 시즌 4에서부터는 예영이가 기존 시즌 3까지 모습에서 가장 변화가 많은 캐릭터란 설명이다. 배우 스스로 느끼기에도 “얘가 하나둘씩 놓아가며 생기는 그런 변화들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좋게 말하면 회사에 적응한 거고 안 좋게 말하면 마음의 문이 닫힌 건데…회사에 적응한 거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배우 스스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이걸 하면서는 시작 선에서 내가 출발을 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좀 다르게 성장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작은 우물 안에 있다가 이제 큰 물로 나와서 두렵긴 한데 ‘이렇게 큰 세상이 있다니’ 하면서 느끼는 신기함도 있는 것 같아요.”
◆ 이예영과 진아진이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애초 단 5화짜리 프로젝트에 불과했던 ‘좋좋소’는 지난 1월 첫 에피소드 공개 직후 큰 인기를 얻었다. OTT 플랫폼 ‘왓챠’가 투자를 더하며 7월 ‘좋소식 엔딩(마지막 화)’ 편까지 시즌 3, 총 26화 대장정을 완성했다. 유튜브에서만 누적 조회수 5,300만 회를 기록(24일 기준), 이대로 멈추기엔 아쉬움이 너무 클 뻔했는데 다행히 왓챠에서 IP(지식재산권)를 사들였다.
기획자 ‘빠니보틀’과 이태동 감독 체제에서 서주완 총감독 체제로 바뀌었다. 그는 앞서 직장인들 애환과 고충을 그린 초밀착 리얼 오피스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KBS2 방영)를 통해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낸 바 있는 연출자다. 여기에 무한도전 레전드 춤짤로 유명한 김윤의 예능 작가도 함께했다. 파주에 세트장을 지어 촬영하면서 스케일은 더욱 확장됐지만 ‘정승네트워크’ 정필돈 사장과 ‘백인터네셔널’ 백진상 대표(전 백차장), 이길 과장, 이미나 대리, 조충범 인턴사원(전 주임) 그리고 이예영 인턴사원까지. 저마다 개성 가득한 ‘좋좋소’ 캐릭터는 그대로다. 자유분방한 촬영 분위기도 그대로였다고. 이들은 지난 달 시즌 5를 크랭크업했다.
시즌 5까지 촬영을 마쳤음에도, 혹시 아직 못 다보여준 이예영의 모습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예영이의 철든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기도 해요. 살짝 의문이 드는 건, 이예영은 어디에서 새로 일을 시작해도 곧잘 적응을 할 것 같은 친구인데 왜 그 회사에 남아있는지 궁금한 거죠. 혹시 안 보인 면에는 내심 무섭거나 두려워하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요.”
배우로서 아직 못보여준 모습도 당연히 있을 것 같아 물었더니 “요즘 꽂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영화 연출적인 부분들을 공부해보고 있다는 진아진 배우. 시나리오를 직접 써보기도 하고 카메라 촬영이나 조명을 현장에서 직접 써보기도 한다고. “조금 더 깔끔한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내가 화면에 걸렸나?’, ‘패닝할 때 내가 보일까, 안 보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연기를 놓칠 때가 많았거든요. 기술적인 면들을 공부하면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요즘 영화를 보면 카메라가 어디서 찍고 있는지 연결을 생각하게 돼서 재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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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짓궂은 질문도 던져보았다. 요즘 배우들이 참 많은데 어떤 차별점이 있느냐고. 그가 최근에 만난 모 캐스팅 디렉터 분은 자기 데이터베이스에 깔려있는 배우 프로필이 5만 개가 넘는다고 했다. 그 말을 한참 되짚어보던 진아진 배우는 “그래도 제가 순발력이 좋다”라고 대답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태영 배우가 “전달력도 좋은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김태영 피셜 진아진 배우는 “정확한 딕션과 발성에서 오는 깔끔한 전달력이 강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진아진 배우는 “선배, 내년에 복받으실 거예요”라고 응수했다. (진아진 배우가 말하는 김태영 배우의 강점은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
◆ 2021년을 한 줄로 정리해본다면?
시즌 5까지 이어진 ‘좋좋소’에 출연한 덕분일까. “제가 시리즈물을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는 본인도 몰랐던 본인의 취향을 따라 얼마 전에 미드 ‘웨스트 월드(HBO)’ 시즌 1에서 4까지 정주행을 마쳤다. 바로 이어 ‘왕좌의 게임’ 시리즈와 ‘모던패밀리’까지 섭렵 중이라는 그는 언젠가는 ‘웨스트 월드’ 속 당찬 금발의 여주인공 돌로레스(에반 레이첼 우드) 역할을 꿈꿔보기도 했다.
“웨스트 월드는 매회 볼 때마다 경이로운 마음으로 봤어요. 연기적인 면에서도 흥미롭더라고요. 안소니 홉킨스 배우가 연기한 포드 박사는 분명 처음에는 선한 인간의 모습이었는데 어느 순간 악역으로 바뀌어요. 금발의 여주인공도 점점 분노하며 흑화 하는 과정이 흥미로웠고요. 탠디 뉴튼이 연기한 흑인 여성 ‘메이브’의 모성애 짙은 연기도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하고 싶은 연기를 위해 새해에 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자 진아진 배우는 심리치료사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부끄럽지만… 어떤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인데, 얕은 수준으로 인간을 이해한다면 완벽하게 못할 것 같아서”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기를 할 때 그 역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끝없는 질문이 쏟아진단 말이에요. 왜 이 사람은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했을까, 하고요. 역할을 이해한다는 게 꼭 사람을 이해하는 것 같아요. 사람을 이해하면 그룹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고집이 좀 센 편인데, 역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고집을 깼을 때 제가 비로소 성장한 것 같아요. 어떤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거잖아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게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2021년은 어떤 해였을 지 물었다. 사실 마무리하며 건넨 가벼운 질문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굉장히 단단했다.
“저는 한마디로 ‘시작한 해’라고 말하고 싶어요. 꽤 오랫동안 그런 상상을 자주 하는데,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진짜 그렇다면 저는 항상 출발선에 서서 무서워서 뛰지도 못하고 앉아서 신발 끈만 매고, 다른 사람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는 뒤로만 가는 기분이었거든요. 너무 겁났던 거예요. 내가 진짜 가능성 없는 배우라는 걸 알게 될까 봐. 올해는 ‘에이씨, 모르겠다!’ 하고 시작했어요.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직은 산책 수준이지만 출발선에서 시작했다는 게 의미 있는 것 같아요.”
2021년을 ‘좋좋소’에 취업한 신입사원 이예영으로 시작했던 진아진 배우는 2022년에도 다시 이예영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배우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만큼, 어떻게 달라진 이예영 캐릭터로 등장할지 기대된다. 더불어 2022년에는 진아진 배우의 새로운 모습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