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자의 눈]일하는 척 하는 일하는 국회

정치부 주재현 기자





“본회의요? 저는 이번 임시국회 중에 본회의가 아예 열리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12월 임시국회에서 어떤 민생 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이 이같이 전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입법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여당의 ‘선거 전략’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민주당은 “단 하루도 국회가 놀아서는 안 된다”며 지난 9일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과 합의도 없이 임시국회를 열었다”며 반발했다. 이후 여야는 회기의 절반이 되도록 본회의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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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를 열어도 통과시킬 법안이 없다. 26일 기준 국회에 계류된 법안 9,630건 중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은 0건이다. 본회의 직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를 기다리는 법안 35건 중 이번 임시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법안 논의를 위해 모이지조차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국회 17개 상임위원회 중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개최한 상임위는 3개뿐이다. 이마저도 국방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는 한 차례 열어 체면치례만 했고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 관련 법안을 두고 대치만 이어가고 있다. 말 그대로 국회가 개점 휴업이다.

언론 관련 법안 전체를 심사하겠다며 출범한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역시 ‘일하는 흉내’만 낸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위 구성 합의 48일 만에 첫 회의를 열더니 일곱 차례만 모이고 특위를 끝내기로 해서다. 부처 보고와 공청회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법안 논의는 한두 차례에 그친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여야 모두 처음부터 올해 안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회의 본령은 입법권 행사다. 이를 충실히 하고자 여야가 통과시킨 법이 ‘일하는 국회법’이다. 대선을 72일 앞두고 정치권이 선거전에 집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기본 책무가 뒷전으로 밀려나서는 곤란하다. 12월 임시국회가 15일 남았다. 이제라도 여야가 국회에서 일하는 척이 아니라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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