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아이폰부터 F-150까지 울상" 반도체 공급난에 모두가 주목하는 이 회사

TSMC 등 첨단 디지털 칩 부족보다

80% 이상 차지하는 아날로그 칩 부족 심각

대표 업체 TI 일년 만에 주가 50% 상승

내년 하반기 공장 증설까지 공급난 이어질 듯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반도체 칩 공급난으로 인해 애플이 수십억 달러의 매출 기회를 잃고 있다”며 “칩 부족이 레거시 노드(legacy nodes)쪽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쿡 CEO가 언급한 레거시 노드란 아날로그 반도체 칩을 포함하는 오래된 공정으로, 대만의 TSMC·삼성전자 등 팹리스 업체들이 제조하는 첨단 반도체와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이어 그는 “사실 첨단 반도체 칩은 확보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아날로그 칩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회사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TSMC·삼성전자 등 첨단 반도체 칩의 패권 전쟁이 주요하게 다뤄졌던 반도체 칩 공급망에서 아날로그 칩의 존재감이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폰부터 F-150 픽업 트럭까지 모두 아날로그 칩 제조사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아날로그 칩 시장에서 올해 기준 17~20%의 점유율을 확보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몸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TI의 주가는 지난해 9월만 해도 133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 9월에는 200달러를 찍었다. 일 년 만에 50% 가량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TI는 학교에서 많이 쓰이는 공학용 계산기로 유명했는데 칩 공급난 국면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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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로고 /사진 제공=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로고 /사진 제공=TI


아날로그 칩은 주로 일상의 빛·소리·압력·온도 등 각종 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전력 공급이나 배터리 충전 관리 등에 활용된다. 스마트폰 하나에 50여개의 칩이 들어가면 사실 고성능 디지털 칩은 10% 가량인 4~5개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아날로그 칩으로 채워지고 있어 하나라도 없으면 제품 제조가 불가능하다. TI가 이 분야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어 아날로그 디바이스·스카이웍스 솔루션·인피니온 등이 경쟁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반도체 제조사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인터내셔널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자오 하이쥔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게 아날로그 칩 등을 제조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라며 “5%만 부족해도 가격이 미친듯이 급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 같은 반도체 칩 부족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이달 낸 보고서에서 “아날로그 칩 제조사들이 내년 말까지 자동차 제조사 주문이 타이트하게 밀려 있다”며 “전자제품 제조사들도 몇 달씩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TI의 최고경영자(CEO) 리치 템플턴은 “당장 1~2년 안에 빠르게 생산 능력을 높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TI는 내년에 텍사스 리차드슨에 6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내년 하반기에나 공장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대만의 PC 제조 업체 아수스(ASUS)도 아날로그 칩 부족으로 인한 제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삼손 후 아수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사실 공급난의 불확실성이 아날로그 칩 제조사와 관련이 있다”며 “내년에 미국 기업이 공장을 증설할 때까지 칩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TI를 언급했다.

TI 등 아날로그 칩 제조사들이 공장 증설에 주저하는 데는 반도체 칩 사이클에 대한 우려도 있다. TI의 IR 총괄인 데이브 팔은 지난 9월 열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어느 순간 너무 많은 제품이 생산되면 이 같은 국면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며 “우리는 그때를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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