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풋옵션 가처분 기각...교보생명 IPO 청신호(종합)

"투자자들에 급박한 위험 없다"

법원, 신창재 회장 손 들어줘

국제중재 이어 국내서도 승기

주식 등 가압류도 전면 해제

'불복' 어피너티 2차 중재 예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계약을 놓고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벌이고 있는 법적 다툼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숙원인 기업공개(IPO)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교보생명의 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은 추가 중재 절차 개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꼬일 대로 꼬인 갈등이 쉽사리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교보생명 등에 따르면 27일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10월 어피너티가 제기한 계약 이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신 회장의 자택과 급여, 배당금, 교보생명 지분에 대한 가압류도 모두 취소했다. 법원은 “가처분이 발령되지 않은 경우 투자자들에게 급박한 위험이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교보생명과 어피너티 간 풋옵션 분쟁은 중재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은 “이번 판결로 신 회장과 법무법인 광장은 같은 사안에 대한 국제중재에 이어 또다시 완승했다”면서 “가처분 및 가압류 소송으로 인해 진행 여부가 불확실했던 IPO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보생명은 이달 21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2018년 12월에도 이사회에서 상장 추진을 결의했으나 주변 여건 악화로 잠정 보류됐다.




다만 어피너티는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신 회장의 의무 위반을 확인하고 투자자들의 권리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의 승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임시적 조치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지만 신 회장의 여러 주장들을 법원이 배척했다고 해석하면서 “결국 2차 중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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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발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 5,000원(1조 2,000억 원)에 사들였다. 이후 교보생명의 상장이 무산되자 어피너티 측은 2018년 10~11월 풋옵션 조항을 근거로 신 회장이 주당 40만 9,912원(총 2조 122억 원)에 되사라고 요구했다. 양측은 2년 6개월간의 국제중재소송을 벌였고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중재판정부는 올 9월 “어피너티의 풋옵션 행사 가격은 무효”라며 사실상 신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어피너티가 사안을 국내로 다시 가져와 법리 싸움을 지속하면서 3년 만에 상장을 재추진하는 교보생명은 다시 암초를 만났다. 교보생명은 이번 상장 추진을 어피너티와의 갈등을 마무리 지을 돌파구로 여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를 약 3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삼성생명이 13조 7,000억 원, 한화생명이 2조 6,664억 원이다. 교보생명은 삼성생명·한화생명과 함께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6,56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료 수익이 증가하는 등 보험 본연의 이익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우수한 자산운용 능력이 빛을 발해 호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피너티에 유리하게 풋옵션 행사 가격을 산출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임직원에게 검찰은 이달 20일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선고 기일은 내년 2월 10일이다.

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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