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동십자각]바이든의 전기차 드라이브를 보라


맹준호 국제부 차장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신 래퍼 에미넘의 지난 2009년 곡 ‘뷰티풀’의 뮤직비디오는 버려진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찍었다. 뮤직비디오 도입부에 이런 자막이 나온다. ‘1950년, 미시간은 전 세계 국민총생산(GNP)의 36%를 생산한 미국 8개 주 중 하나였고 디트로이트는 세계 최대의 제조업 도시였다.’

한때 디트로이트와 인근 도시에 걸친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세계 최강이었다. 자동차(모터)와 타운의 합성어인 ‘모타운’이 이곳의 별명일 정도였다. 많이 못 배운 사람도 이 지역 공장에 들어가면 중산층이 될 수 있었고 성실한 사람은 회사 지원을 받아 대학도 갈 수 있었다.



그런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 단지가 몰락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미국 차 산업에서 금융자본의 입김이 커졌는데 이들은 디트로이트에 누적된 고임금·고복지 구조와 강성 노조가 싫었다. 그래서 노조도 없고 지방정부가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미국 남부 또는 멕시코로 공장을 옮겼다. 그 과정에서 숫자로 된 경영 효율은 높였을지 모르지만 ‘잘 달리고, 멋지고, 기름 덜 먹고, 고장이 안 나야 하는’ 제품의 본질적 경쟁력은 지켜내지 못했다. 결국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 자동차는 일본과 유럽 브랜드에 시장을 내줬고 ‘빅3’ 중 GM은 2009년 파산까지 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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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1월 17일 이런 역사가 있는 디트로이트를 찾았다. GM의 전기차 공장 ‘팩토리 제로’를 방문해 허머 픽업트럭 전기차를 직접 테스트 드라이브하고 “엄청난 차다. 뭔가 다르다”고 극찬했다. 바이든은 5월에도 디트로이트 인근 디어본의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아 F-150 전기 픽업트럭을 시승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단순히 전기차를 미국의 신성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게 아니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뀌는 역사적 대전환기를 기회로 삼아 디트로이트로 상징되는 자국 자동차 산업을 재건하고 일본과 한국 등에 빼앗겼던 시장을 되찾아오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이를 위해 인프라 법안에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에 대한 설치 예산 75억 달러를 반영시켰다. 전미자동차노조(UAW) 지부가 있는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에 세액공제를 더 해주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방침 또한 디트로이트를 밀어주겠다는 뜻이다. 자동차 같은 전통 산업에서 일하는 노조원들은 오랜 민주당 지지층이어서 정치적 효과도 크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 세계 5위 국가답지 않게 전기차 전환 대응이 늦었다. 이번 정부는 아직 갈 길이 먼 수소차에 방점을 두는 실책을 저질렀다. 한국 배터리 산업이 세계 1~2위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뼈아픈 실수다.

한국 전기차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내수 시장이 충분이 커야 하고 경험이 쌓여야 한다. 바이든이 하는 걸 보면 ‘업계가 알아서 하겠지’ 할 일이 아니다. 오는 3월 대선에서 선택될 새 정부는 보다 강력한 전기차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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