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에 따른 신재생발전 확대로, 송전·변전·배전 등 전력 계통망 구축에 30조5,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22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가운데, 계속되는 추가 비용지출로 계통망 구축 사업자인 한전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한전의 부채는 결국 국민 혈세로 보전해 줘야 합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전력계통 혁신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총 78조원을 들여 전력망을 보강할 방침입니다. 기존에는 송·변전 설비투자 23조4,000억원과 배전 설비투자 24조1,000억원을 합쳐 47조5,000억원의 예산투입을 예상했지만, 2021년 10월 탄소중립위원회가 NDC를 40%로 상향하며 30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투입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정부는 지역별 분산전원 확대 등을 통해 계통망 구축 비용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발전설비가 줄어드는 원전 등 기저전원의 역할 축소로 대규모 예산투입이 불가피 한 상황입니다. 실제 신재생 설비는 기후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의 변동 폭이 커, 설비용량의 90% 이상을 발전할 수 있는 원자력·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과 달리 발전설비의 20~30% 가량만 발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발전효율이 가장 높을 때를 기준으로 계통망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신재생 설비는 동일 발전량의 기존 발전원 대비 3배 이상의 선로가 필요합니다. 2020년말 마련된 9차전력수급기본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신재생발전 비중은 20.8%였지만, NDC 상향으로 관련 비중을 30.2%로 늘려야 합니다. 계통망 구축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계통망 구축 비용 대부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전이 떠안아야 합니다. 반면 한전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투자 여력이 없습니다. 한전이의 중장기 재무계획에 따르면 한전의 2021년 예상 영업손실 규모는 4조 3,845억 원, 예상부채규모는 66조7,299억원입니다. 오는 2025년 부채규모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출연금(5년 누적 4,9121억원) 등으로 81조702억원까지 급증할 전망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한전의 재무계획이 NDC 상향안 및 전기요금 동결 발표전인 2021년 8월에 나왔다는 점입니다. 한전은 이번 NDC 상향으로 계통망 구축에만 기존 계획 대비 64% 이상을 추가로 지출해야 해 부채규모가 추가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전은 지난 9월 발표한 ‘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통해 신재생의 발전 간헐성을 보완해 줄 1.4GW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계획을 밝혔지만, NDC 상향에 따라 추가 ESS 구축에 수조원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한전은 또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내년부터 전기요금을 10% 이상 인상해야하지만 ‘물가안정’을 내세운 정부 압박에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전기료 인상분을 2분기와 4분기에 각각 나눠서 적용하며, 내년 4분기에나 10%대의 인상분을 완전히 반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억지로 전기료를 동결한 영향 때문인지 올해 전기 사용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최대전력사용량은 역대 겨울철 최고치인 90.70GW를 기록했으며, 매해 1월의 전력사용량이 12월 대비 높다는 점에서 내달 기록경신이 예상됩니다. 반면 LNG 가격은 러시아의 공급 제한 등으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한전이 내년 1분기에 역대급 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신규 요금체계 도입을 통해 전기요금의 ‘시장기능’ 강화하는 방식으로 계통망 비용 문제 해결을 검토중입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한 신규 망요금 체계(전기 요금)가 필요하며 관련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요금 개편에 따른 국민 반발을 감안하면 제대로 추진되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