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W]對中 포위망 깨지는데…美, 글로벌 무역협정에 미지근

RCEP 발효에 우려 커지는 바이든 통상정책

韓中日 경제대국에 아세안도 참여

무관세로 비용 낮아져 무역 활발

美, IPEF 구축한다지만 효력 모호

의회서도 "美 설자리 없어진다"





중국 주도로 한국·일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새해부터 발효되자 통상 주도권을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RCEP에 참여하는 데다 전 세계 공급망 허브인 동남아와 중국의 무역 관계가 더 긴밀해지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정부는 이 지역에서 별도의 협정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추진해 중국을 견제할 계획이지만 실체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RCEP 발효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통상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주도해 만든 RCEP는 총 23억 명의 인구에 회원국은 15개국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30%(26조 달러)에 달한다. 특히 RCEP는 한중일이라는 아시아의 경제 대국들을 처음으로 하나로 묶은 무역 협정이라는 의미가 크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분석에 따르면 RCEP 발효로 역내 무역액은 약 420억 달러(약 50조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수석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RCEP는 참여국들이 함께 일하고 새로운 규칙과 기준을 만들어내는 모임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RCEP로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 호주, 뉴질랜드 간에 거래되는 상품의 65% 이상은 관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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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아시아 중심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과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현 CPTPP)을 추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이를 전격 탈퇴했다. 미국 제조 업계와 노동조합의 반발을 의식하는 바이든 정부 역시 CPTPP에 재가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이를 대신해 동맹 간 공급망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춘 IPEF를 추진 중이나 이는 무역협정이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

미국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미적지근한 모습을 질타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미국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15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인도태평양 무역 규칙을 정하기 위한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면 중국이 세계 경제의 고삐를 쥐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포위망을 깨는 방안으로 RCEP 등 무역협정을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매체와 싱크탱크도 RCEP 발효가 중국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오간청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 아태문제연구원장은 “RCEP 출범으로 철강처럼 부피가 큰 다수 상품에 대한 무역 관세가 인하될 수 있기 때문에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비용이 낮아져 회원국 간 투자가 촉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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