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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심는다'는 탈모인들…약값 얼마나 줄길래

■이재명 포퓰리즘 공약…이번엔 건보적용 확대

건보 적용 시 본인 부담금 100%에서 30%로 ↓

한달 약값 4만5,000원서 1만원대로 낮아질듯

심평원과 제약사 약가 협상서 단가 인하 가능성

유력 주자 언급에 업계선 시장 확대 기대감 고조

일각 “비만·발기 부전 치료제 등 건보 적용해야”

선심성정책 이어질경우 건보 재정 악화 불 보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 적용’ 공약 검토에 돌입하자 수혜가 기대되는 사람들은 물론 관련 업계도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이 후보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한달 탈모약 값은 4만5,000원에서 1만 원대 초반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발 더 나아가 건보 적용 대상이 모발 이식 시술로까지 확대할 경우 대략 400만 원 중반 가량인 시술 비용도 100만 원대 초반대로 떨어지면서 관련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형평성 차원에서 탈모 치료제뿐만 아니라 비만·발기 부전 치료제 등에도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건보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탈모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3만4,780명이다. 하지만 대한탈모치료학회나 업계에서는 의료 기관을 찾지 않는 환자나 잠재적 질환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국내 탈모 인구는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이 탈모로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 탈모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한 달에 4만5,000원 가량을 약 값으로 지불한다. 국내에서 의사들이 처방하는 탈모 치료제는 대개 성분이 ‘피나스테리드’ 또는 ‘두타스테리드’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오리지널 MSD 프로페시아는 1정에 1,800~2,000원 수준이다. 제네릭인 JW신약(067290) 모나드의 경우 1정에 1,500원 정도다.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오리지널 아보다트는 1정에 1, 000원, 제네릭 현대약품(004310) 다모다트는 1정에 700원 수준이다. 탈모약은 하루에 1정씩 먹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달 동안 적게는 2만1,000원에서 많게는 6만 원의 약 값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이외에 미녹시딜 성분의 현대약품 마이녹실, JW신약 로게인폼 등은 60ML 용량이 3만 원 가량이다.





여기에 탈모 방지 한약재, 샴푸, 의료기기 등을 합한 국내 탈모 시장 규모는 4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바꿔 말하면 탈모인들이 비용 부담이 그만큼 적지 않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회사가 원천 치료 신약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탈모 치료제는 복용을 중단하면 탈모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부작용과 비용 등이 부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병원에서 허위로 전립선 비대증 진단을 내리고 탈모 치료제와 동일 성분의 전립선 비대증약을 급여로 처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관행이 근절됐다”며 “환자들이 이 후보 공약에 열광적 환호를 보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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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약에 건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약사와 약가 협상을 벌여야 한다. 보통 이 과정에서 약가는 다소 내려간다.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약이 급여화하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약가 인하를 일부 감수한다. 일반적인 본인 부담금은 30%인데 환자들이 현재 약 가격의 30%보다 좀더 낮은 가격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탈모약 건보 적용’ 공약이 비만·발기 부전 치료제 건보 적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경쟁이 가열될 경우 ‘해피 드럭’ 전반으로 건보 적용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선심성 정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건강보험 재정 파탄 낼 이재명의 포퓰리즘 정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이 후보가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을 대선 득표 전략으로 무책임하게 던지고 말았다”면서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비급여인 탈모 치료가 건보 적용 대상이 되면 미용성형 및 피부과 영역의 수많은 시술과 치료도 같은 반열에서 급여화가 검토돼야 한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고 꼬집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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