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反정부 시위 휩싸인 '비트코인 2위 채굴국' 카자흐... 암호화폐 시장도 충격 받나

5일(현지시간) 연료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난입한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시 청사 복도에 유리 파편 등의 잔해가 널려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새해 연초부터 연료 가격을 포함한 주요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으로 번져 이날 내각이 총사퇴하고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로이터연합뉴스5일(현지시간) 연료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난입한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시 청사 복도에 유리 파편 등의 잔해가 널려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새해 연초부터 연료 가격을 포함한 주요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으로 번져 이날 내각이 총사퇴하고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옛 소련권인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가스 가격 급등이 촉발한 대규모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안보협의체가 평화유지군을 전격 투입하기로 했다. 시장은 미국에 이어 비트코인 2위 채굴국인 카자흐스탄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암호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 카자흐스탄 정부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현지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자 카자흐스탄 비트코인 채굴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러시아, ‘카자흐 사태’ 전격 개입… 평화유지군 투입


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의 요청에 따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소속 평화유지군이 카자흐스탄으로 파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외부의 간섭으로 인해 카자흐스탄의 안보·주권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집단안전보장조약에 의거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파쉬냔 총리는 평화유지군 병력 규모와 파견 시점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CSTO는 지난 2002년 옛 소련에 속했던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이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체이며 파쉬냔 총리는 현재 CSTO 의장을 맡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새해 연초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을 포함한 물가 상승에 반발한 수천 명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 국가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리터 당 50텡게(165원) 수준이던 LPG 가격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올해부터 LPG 가격 통제를 중단하자 며칠 새 리터 당 120텡게로 2배 이상 폭등했고, 이에 불만이 터진 시민들이 대거 시위에 나선 것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그 동안 정부의 가격 통제에 따라 저렴한 LPG를 차량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LPG가 갑자기 비싸지자 반발이 커진 것이다.


가스값 급등에 ‘빈부 격차’ 박탈감까지… 시위 과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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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심각한 빈부 격차에 따른 박탈감도 이번 시위를 촉발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카자흐스탄의 평균 임금은 570달러(약 68만4,000원) 수준이고, 서민층 대부분은 이보다도 소득 수준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시청과 대통령 관저 등에 난입하고,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대가 관청을 공격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진압대원 8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누적돼 온 ‘경제적 박탈감’이 시위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과격하게 만드는 동력인 셈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시위를 ‘테러’로 규정했다. 전날 시위 확산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대규모 시위 사태 대책 회의에서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테러 집단들이 대형 인프라 시설들을 점령하고 있다”며 “특히 알마티 공항과 외국 항공기를 포함한 항공기 5대가 장악됐다”고 했다. 또 카자흐스탄에서 ‘소요’를 일으킨 테러리스트들이 외국에서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카자흐 정부 “시위, 테러분자 소행”


그러나 카자흐스탄 정부는 뾰족한 사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CSTO 측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카자흐스탄 내각은 시위 확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 사퇴를 했다. 국가적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이날 “전국 여러 지역에서 국가 근위대소속 대원들과 경찰 등 317명이 부상하고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대 측 피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알마티시 보건국은 이날 130여 명의 경찰과 50여 명의 시위대를 포함해 약 19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美이어 2위 채굴국 대혼란, 비트코인 -6%


한편 카자흐스탄 사태가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주목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월 평균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점유율은 18%로 미국(35%)에 이어 2위다. 카자흐스탄이 미국에 이어 비트코인 2위 채굴국이라는 의미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정부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현지 인터넷 접속을 끊은 영향으로 최근 카자흐스탄의 해시레이트는 13.4%로 크게 하락했다. 6일 오전 9시47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날(24시간) 전보다 5.68% 하락한 4만3,563.1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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