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하반기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기대와 달리 오히려 오는 4분기에 3%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물가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높은 물가 수준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계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소비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강규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은 경제연구원 계간학술지 ‘경제분석’에 기고한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측’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올해 하반기까지 현재와 비슷한 2% 내외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3년 상반기 1%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22년 4분기에는 3%를 상회할 가능성도 높게 나타났다. 해당 논문은 한은 조사국 소속이었던 김정성 차장과 신세림 고려대 경제학과 학부생도 참여했다.
지난해 11월 경제 전망에서 한은은 올해 상반기 물가가 2.3%까지 올랐다가 하반기에는 1.8%로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강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은이 사용하는 전망 모형은 물가 상승, 하락 요인을 분석하는 데 특화된 반면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강 교수가 활용한 모형은 원인 파악보다 물가 예측치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문제는 향후 물가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 교수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공개한 지난해 10월 말 기준 물가 상승률 예측 결과 이달 말 물가는 0.38~3.5%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에서 이를 과소평가하면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강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어디까지 오르고 떨어지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을지를 알 수 있는 것이 투자 등 결정에서 중요한 정보”라며 “범위가 너무 넓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네 차례 물가 전망이 모두 비켜간 한은의 물가 인식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은 조사국은 물가 전망을 지난해 2월 1.3%에서 5월 1.8%, 8월 2.1%에서 11월 2.3%로 점점 높였다. 결국 지난해 연간 물가는 2.5%로 집계됐다. 지수 개편으로 0.1%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을 감안해도 오차가 발생한 셈이다.
물가 예측은 물가안정목표제 운용, 부동산 시장이나 민간의 소비·투자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교수는 “최근의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물가 경로는 저금리 여건에 익숙한 경제주체에 적지 않은 충격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