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나 석방에 대해 반대해 온 건 오히려 야당”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노 전 실장이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7일 보도했다.
노 전 실장은 “2019년 9월 박 전 대통령이 어깨수술을 받자 정치권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론이 일었다"며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오히려 박 전 대통령 석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자당 대표도 했고, 탄핵됐어도 대통령까지 했는데 참 모질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이 사면할 뜻이 있어서 (야당)의견을 청취했던 건 아니었다"며 "야당 지도부와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면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납득하기 어렵고, 야당이 왜 반대했는지에 대해서는 추측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석방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의 배경을 놓고 그의 건강문제가 고려됐다는 평에 대해 노 전 실장은 “비서실장 재직 때 매주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내가 직접 보고받아, 문 대통령에게 매달 직접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면도 박 전 대통령의 건강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고 결단을 한 것 같다. 사실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건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황교안 대행 체제 때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허리가 안 좋아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는 요청을 거부당했다는 것 아니냐. 문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2017년 7월 책상과 의자가 배치됐는데, 그건 문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영민씨의 평소 소행을 생각해보면 가증스런 거짓말일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당 대표를 지냈던 황교안씨는 대답해야 한다”며 “이것이 사실인가?”라고 적었다. 그는 노 전 실장의 인터뷰가 실린 기사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구속 후 4년 9개월 간의 수감 생활을 하던 중 지난달 31일 석방되면서 17년3개월형을 면제받았다. 그는 오는 2월 초까지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복권돼 풀려나지만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받지 못한다.
한편 당시 한국당 지도부는 노 전 실장을 겨냥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응수하는 등 진실공방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한국당 지도부였던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황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노영민은 책임질 각오부터 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실을 말씀드린다. 정확히 2019년 7월 18일, 청와대 5당대표 초청 간담회 직후 저는 별도로 문 대통령을 만나 박 전 대통령님 석방을 요청했다. 그 외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십번 박 전 대통령님의 석방, 사면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나 전 원내대표도 페이스북 글에서 "노 전 실장 인터뷰를 보면서 황당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전혀 사실무근이다. 들어본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전 대표가 2019년 7월 문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청한 것이 저를 포함한 당시 우리 당 지도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반발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노 전 실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 중 하나가 그런 뜻을 전달한 게 맞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노 전 실장은 "누군지는 말할 수 없다"면서 황 전 대표가 아닌 지도부 내 다른 인사로부터 반대 뜻을 전달받았을 가능성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