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민들이 강남 아파트를 사들이는 비율이 이번 정부 최대 수준까지 높아졌다. 전국의 매매 수요가 급감하고 강남 주택을 사는 외지인 투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서울 강남3구에서는 오히려 지역 내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다. '똘똘한 한 채’ 수요로 강남 내 갈아타기가 늘어나면서 지역 주민들이 강남 집값을 떠받치는 모습이다.
9일 서울경제가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거주지별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주민들의 거주 자치구 내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272건으로 전체 매매거래 498건 대비 54.6%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같은 비중은 현 정부 출범 후 월별 최고치다. 서울 전체 평균(37.8%)와 비교해도 강남권의 지역 아파트 구매 비율은 유독 높다.
강남3구 주민의 거주 구내 아파트 매입 비중은 현 정부 출범 초인 2017년 5월 51.9%에서 임기 중반 무렵까지 꾸준히 감소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다. 2019년 12월 37.5%까지 떨어졌던 이 비중은 지난해 6월 42.4%, 8월 50.0%, 10월 53.2%, 11월 54.6% 등 매달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외지인들의 강남3구 매입 비중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지인의 강남3구 매매 비중은 2019년 12월 26.4%까지 올랐지만 점차 하락해 지난해 10월 15.8%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선 높은 집값에 외부 투자자들의 강남 접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보유세 압박에 몰린 강남 주민들이 거주지 근처의 ‘똘똘한 한 채’ 사들이기도 주요 원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다주택자 뿐 아니라 한 채를 갖고 있던 이들도 신축이나 더 넓은 평형 등 더 비싼 집으로 갈아타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수요가 시장을 떠받치면서 강남3구는 최근 전국적인 집값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집값 고점 우려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부동산원 통계 기준 올해 1월 3일까지 0.76%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강남3구는 서초구가 1.42%, 강남구가 1.17%, 송파구가 1.06% 오르는 등 평균 이상의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현상으로 결국 강남은 ‘그들만의 동네’가 돼 사회적 주택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강남3구는 지역 주민간 매매 거래 외에도 증여거래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전체 아파트 증여 건 대비 강남3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25.0%, 2020년 29.4% 등으로 30% 안팎을 유지했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압박이 거세진 지난해(11월까지)에는 이 비율이 42.0%까지 급증했다. 우 팀장은 “강남 진입에 대한 시장의 욕구는 있지만 매물이 없고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양극화에 대한 괴리감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