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오는 1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회담에 나서는 가운데 러시아가 "어떤 양보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9일 AFP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우리는 어떤 양보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무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러시아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에도 우리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튿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랴브코프 차관이 처음으로 회담을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강경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블링컨 장관은 이번 회담의 "초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안보 보장안에서 요구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나토의 동진(東進) 중단 등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개방성은 나토 조약의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했다며, 미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17만5,000명 상당의 병력을 동원한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전화 통화를 가졌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달 말 가진 연례 연말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등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위협이 되는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여타 국가들이라며 “미국이 우리의 현관에 로켓을 배치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사를 배친한 것에 관해서도 우크라이나 내 극단주의자들이 크림반도 탈환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언제 그들이 공격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러시아는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가입시키지 않고 △동진하지 않으며 △1997년 이후 가입한 폴란드와 헝가리 등 유럽 국가들에 배치된 나토군을 철수하라는 내용이 담긴 안보보장안 초안을 미국과 나토에 제안한 상태다. 러시아는 미국이 안보 보장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자국의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으며,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경제적 제재 등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