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서라도 갖고 싶은 그 이름.”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작품의 내용과 주된 감정선을 한 마디로 함축한 소개 문구다.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 이를 둘러싼 구찌 가문의 탐욕으로 얼룩진 은밀한 이야기는 얼얼하게 남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하우스 오브 구찌’(감독 리들리 스콧)는 1995년 구찌의 후계자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가 아내가 고용한 살인청부 업자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소설을 접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겨 오는 것을 선택할 정도로 실화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화려한 구찌의 모습과는 다른 가문 내 권력 다툼, 구찌 없는 구찌로 몰락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그 중심에서 구찌 가문을 무너뜨린 악녀로 평가받는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스토리 라인이 기발하거나 특별한 것은 없으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장장 158분간의 러닝 타임 동안 작품을 이끌어가는 방식은 흥미롭다. 작품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일대기 빠르게 훑으면서 속도감이 붙고, 욕망으로 점철되는 파트리치아의 모습에 집중된다.
파트리치아의 감정 변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풍선과도 같다. 언제 터질지 모르게 아슬아슬하고 위험하다. 작품은 영세한 트럭 운송회사 사장의 딸인 파트리치아가 구찌 가문의 후계자인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의 배경을 모른 채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마우리치오에게 빠지고 불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 그는 구찌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고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파트리치아는 가업에 관심이 없던 마우리치오를 흔들어 구찌 가문의 핵심 멤버인 삼촌 알도 구찌(알 파치노)와 사촌 파올로 구찌(자레드 레토)를 내친다. 그는 이전의 순수함은 없고 구찌라는 이름에 집착하는 표독스러운 모습만 남는다. 마우리치오는 점점 변해가는 그런 파트리치아의 모습에 지쳐가고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다, 그럴수록 파트리치아는 구찌라는 이름에 집착하며 마우리치오를 없애고 구찌의 주인이 되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표현한 레이디 가가의 연기력은 가히 놀랍다. 우리가 아는 가수 레이디 가가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그는 욕망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마우리치오가 비서를 통해 이혼을 통보해오자 폭발하는 모습, 살인을 청부하고 슬픔과 희열이 공존하는 묘한 감정, 죄가 밝혀진 뒤 법정에서 허무하리만큼 모든 것이 빠져나간 표정 등 복잡 미묘한 감정선이 레이디 가가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졌다. 파트라치아 역을 위해 체중을 증량하고, 6개월간 이탈리아 북부 억양을 익힌 노력 또한 엿보인다.
그가 지난해 11월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이 작품으로 무려 14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제86회 뉴욕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과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아이콘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 그리고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이 단번에 이해된다.
화려한 볼거리도 이 작품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요소다. 1970년 후반부터 30년에 걸쳐 일어나는 이야기를 함축한 것이라 패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또한 패셔니스타였던 파트리치아를 중심으로 그려지는데, 레이디 가가는 캐릭터 위해 무려 70벌 이상의 룩으로 스타일링을 하며 공을 들였다. 파트리치아가 공사장 흙바닥에서도 킬힐을 신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첫 장면부터 시선을 압도하고, 마우리치오를 처음 만난 파티장에서의 빨간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모습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마우리치오와 결혼하고 부를 얻은 그는 더 화려한 액세서리와 다양한 구찌 스타일링으로 럭셔리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히스테릭하고 욕망에 찌든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어둡고 진한 메이크업으로 변화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