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을 위해 노력하는 한병진 수의사님(지난 번 인터뷰 아직 안 읽으셨으면 꼭!!)을 만난 김에, 집사인 에디터가 평소에 궁금했던 걸 마구 여쭤봤어요. 유기묘나 캣맘을 언짢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Q&A로 정리했어요. 많이 끔찍한 이야기(바로 아래)도 있어서 마음의 준비 부탁드릴게요.
Q. 펫샵 말고 브리더는 괜찮나요
브리더들은 1년에 한 번씩만 출산을 하게 한다거나, 한 마리가 몇 번까지만 새끼를 낳을 수 있다거나 하는 등 펫샵(공장)보다는 좀 더 엄격한 규칙이 있죠. 하지만 기형이거나 못생긴 새끼가 나오면 믹서기에 갈아버리는 브리더도 있어요. 펫샵보다는 낫겠지만, 정상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봐요.
그리고 펫샵을 당장 없앨 수는 없다면, 펫샵으로 보내지기 전(현행법상 출생 2개월 후부터 펫샵에서 '판매' 가능??)에 제대로 동물등록을 하고, 접종도 완료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법적으로 보완책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점점 반려 문화가 바뀌어야 영국이나 독일처럼 펫샵 자체가 사라질 수 있겠죠.
요즘에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동물들이 많아요. 그런데 들어오는 길에 정말 많이 죽어요. 10마리 중 1마리만 살아서 판매돼도 돈이 되니까요. 동물들이 생명 대접 받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요.
Q. 과장 광고하는 반려동물 용품 많더라구요(수제간식 주의!)
반려동물 용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아무래도 그런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급성장했다곤 해도 이제 막 열리는 단계다 보니 규제가 앞서면 안될 것 같아요. 시장 성장이 저해되니까요. 성능이나 효과는 앞으로 검증되겠죠.
그런데 '유해물질'의 경우는 달라요. 유해물질이 들어간 중국산 사료나 장난감 같은 것들은 제대로 단속해야 해요. 문제는 반려동물 용품은 지금 거의 검사 자체를 안 해요. 담당 기관조차도 없고요.
반려동물 용품 박람회 같은 곳에 수제 간식 많잖아요? 사람이 먹는 음식의 경우 생고기가 재료라면 온도 15도 이하의 장소에서 만들어야 돼요. 근데 동물용 식품은 그런 기준이 없죠. 생고기로 만든 수제 간식을 파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에어콘 시원하게 켜고 만드셨대요. 에어콘을 틀어야 될 정도로 더운 날씨에 생닭 같은 걸 잔뜩 늘어놓고 만드신 거예요. 아무리 조심해도 몇 시간씩 만드는 사이에 변질될 수 있어요. 그런 '수제 간식'을 먹였다가 사랑하는 반려견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거예요.
반려인이 직접 만드는 생식도 마찬가지고요. 반려동물 식품은 위생·품질 기준을 갖춘 기업들이 만든 제품으로 먹이시는 게 안전해요.
(에디터 주 : 몇 년 전 반려인들에게 충격을 줬던 모 사료 기업 이야기도 인터뷰 중에 언급되긴 했어요. 기업이라고 완전히 안심할 순 없겠지만 개인 판매자나 위생관리가 어려운 소규모 작업장에서 만든 제품을 너무 믿었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수의사님 말씀!)
Q.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략적인 진료비를 미리 알려주도록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관련 기사)은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병원마다 가격이 같을 수는 없어요. 3,000만원짜리 초음파 기계를 쓰는 병원과 3억원짜리 기계를 갖춘 병원에서 동일한 진료비를 받을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사람의 의료보험처럼 '심사평가원(적절한 의료비를 심사하는 기관)'이 있어야 해요. 세금을 더 걷어 재원을 마련해야 할 거구요. 모든 동물들이 최소한의 진료는 받을 수 있게, 반려동물 보험이 우리나라 국가건강보험처럼 잘 됐으면 좋겠어요.
Q. 중성화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중성화를 안 하면 전립선암이나 전립선 비대증(수컷), 자궁축농증이나 유선종양(암컷)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요. 중성화를 안 했을 때보다 공격성도 강한 편이고요. 성욕이 남아있으니까 집을 나가서 상대를 찾고 싶어하죠. 그러다 유기동물이 되거나 사고가 날 수도 있고요. 중성화를 하면 이런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다고 보면 됩니다.
Q. 캣맘, 캣대디는 고마운 사람들 맞죠?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야말로 캣맘, 캣대디에게 고마워해야 해요. 그분들이 고양이들을 돌보는 덕분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거든요.
밥을 안주면 고양이는 여기저기 밥을 찾아 뒤지고 다니겠죠. 그리고 중성화(에디터 주 : 지자체 차원에서 실시하는 TNR 사업. 캣맘들이 위치 제보와 포획에 중대한 기여를 합니다)를 하지 않으면 계속 새끼가 늘어날 테고요. 혹시나 고양이가 죽기라도 하면 누군가는 치워야 하는데 그런 일들을 캣맘들이 미연에 방지해 주고 있으니까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입니까? TNR은 캣맘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 목적(=개체수 조절)을 위해서라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Q. 그리고 마지막 질문
고양이와 살면서 "집사와의 삶이 바깥에서의 삶보다 더 행복할까?"란 생각을 하곤 해요. 유기묘로 사는 것보단 당연히 낫겠지만, 야생 고양이들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자연 속에서 본능을 충족시키며 살 수 있는 야생 고양이와, 반려인에게 삶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집고양이. 이 의문을 수의사님께 털어놨죠.
수의사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행복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면, 생명이 얼마나 편안하고 안락하게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명이 위협받는다면 불안하고 초조해서 행복하지 않겠죠.
이걸 기준으로 보면, 집고양이는 야생 고양이보다 월등히 오래 살아요. 그렇다고 야생 고양이를 억지로 집으로 데려와선 안 되겠지만요."
우리 고양이들에게 더더더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인터뷰를 마쳤어요. 그리고 우리 고양이를 위해서, 또 수많은 다른 동물들을 위해서 펫샵이나 등록제나 지자체 정책 같은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용사님들도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