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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맥] 돌아온 ‘벤처 당 대표’ 이준석, 희대의 '30대 킹메이커' 될까

<2>이준석의 6개월, 그리고 미래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권욱 기자


따릉이를 타고 등장한 ‘벤처 정치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결국 ‘킹메이커’가 될 수 있을까.

선거 운동 일선에 복귀한 이 대표를 향해 제기되는 질문이다. 그는 당 내 갈등으로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사퇴한지 16일만에 복귀했다. 6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원팀 선언’이 계기가 됐다. 그 사이 원조 킹메이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빠졌다.

이 대표는 세대포위론을 대전략으로 밀고 있다. 이는 기존 6070세대에 2030세대를 더해 민주당 지지층인 4050세대를 포위하는 전략이다. 윤 후보는 세대포위론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2030세대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는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 대표의 전략과 아이디어를 상당 부분 차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그는 이번 기회에 2030세대를 당의 지지 기반으로 끌어들여야 영속적인 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지금 2030세대가 우리를 지지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3040세대가 되면서 계속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며 “이번 대선에서 우리 당을 2030세대에 긍정적으로 각인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30세대에 소구력 높은 ‘윤석열 공약위키’의 AI윤석열 답변, ‘59초 공약 쇼츠’ 영상 등에 관여하며 선거 운동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자신의 전략으로 대통령을 탄생시킨 희대의 30대 킹메이커로 평가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권욱 기자


이준석의 6개월


이 대표가 이런 키를 잡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 대표 취임 뒤 지난 6개월 간 그의 행보는 내부 투쟁의 연속이었다. 당 대표 경선 때부터 기성 정치인들과 날을 세웠다. 이후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선거 운동 노선을 두고 다퉜다. ‘90년생 페미니스트’ 신지예씨 영입에 반발했다. ‘선대위 해체’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이 대표를 향해 ‘해당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일정 선에서 타협할 순 없었던 것일까. 이 대표는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의 공보를 총괄해온 박종원 공보보좌역은 “이준석 대표는 과정이 옳지 않으면 결과도 좋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라며 “윤핵관 같은 사람들이 들끓어서 어영부영 대통령이 돼 봤자 국가와 국민과 정당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투쟁 과정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윤핵관과의 갈등이 깊어지자 휴대전화를 끄고 지방으로 잠행했다. 당 내 갈등이 깊어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선대위 직책을 전격 사퇴하기도 했다. 모두 당 대표로서 초유의 행동이었고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끝날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결말은 ‘울산 합의’였고 ‘원팀 선언’이었다. 자신이 바라던 대로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의 승부사적 기질이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에 이 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된 것도 승부수가 통한 결과였다. 그는 당 대표 경선 때 보수 텃밭 대구경북지역 연설에서 “탄핵은 정당했다”며 탄핵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이 대표는 이 연설을 기점으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박 공보보좌역은 “이준석 대표는 상황과 관계 등 여러 가지를 다 따져봐서 확신을 갖고 행동한다”며 “확실히 맞다고 생각하면 돌아보지 않고 그냥 지르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그간 이 대표가 제시한 큰 방향대로 당이 흘러왔다는 점이다. △윤 후보의 8월 입당론 △김 전 위원장 영입론 △선대위 개편론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이 대표가 주장할 당시에 당 내 이견이 격하게 표출됐던 사항이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이 대표의 판단이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표와 경선 선거 운동을 같이 하며 동반 당선된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0년간 우리 정치가 어떤 결정을 해 왔고 어떤 잘못을 해왔는지 학습돼 있다”며 “이를 토대로 비전 등을 이야기하니 합리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정무를 총괄하는 김철근 정무실장은 “10년 동안 지도부 생활을 많이 했기 때문에 당 운영에 대한 생각이 많이 있었다”며 “그 아이디어들을 직접 집행하는 과정이었기에 힘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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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대치 끝에 전격 화해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권욱 기자


이준석의 바탕


그간 이 대표가 자신의 생각을 고수할 있었던 배경으로는 당 내외에 빚진 사람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그는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된 뒤 방송 등을 통해 자력으로 성장해온 대중정치인이다. 당 대표 경선 때도 실무자 단 2명과 선거 운동을 벌여 승리를 거머쥐었다. 벤처 스타일로 당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이 대표를 경선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수행해온 박유하 수행팀장은 “몸이 가볍다는 게 장점”이라며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옳은 게 옳다 그런 게 그르다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대권에 도전할 나이도 아니란 점도 생각을 굽히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통상 당 대표는 다음 스텝이 대권 도전이어서 조직 구축이 필요하다. 즉 자기 사람을 챙기는 데에 당 대표 권한을 활용한다. 이와 달리 이 대표는 토론배틀 등으로 대변인을 인선하는 등 경쟁주의 도입에 주력했다. 자기 사람 챙기기 등 당무를 사심으로 처리했다가 반격 받을 소지가 없었던 것이다. 박 수행팀장은 “공당의 대표로서 누가 봐도 공정하게 해왔기 때문에 지금 대표의 말이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그간 각종 반발에 부딪쳤다. 특히 당 최고 책임자인 대표로서 보이는 언행이 문제라는 반발이 많았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각종 사안에 즉흥적으로 반응하지 말라는 주문이 대표적이다. 또 지방 잠행과 선대위 사퇴를 두고 ‘당을 두 차례 가출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대표는 비판을 일부 수용하는 등 태도에 변화를 보였다. 한동안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빈도를 줄였다. 이 대표가 원팀 선언 직전 사과의 뜻을 비춘 것은 상징적 장면이다. 그는 6일 의원총회 모두 발언에서 선대본부에 후보의 지하철 유세 아0이디어를 준 것과 관련 “연습문제라고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 불편했다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싸가지’였던 그에게는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다. 2017년 바른정당 시절부터 이 대표를 지켜본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본인의 신념을 타협하는 건 아니지만 태도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바꾼 게 있다”고 말했다. 김 정무실장은 “다들 이준석 대표를 보고 가볍다고 이야기하는데 제가 보기엔 많이 무거워졌다”며 “책임 있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에 애정이 큰 것도 갈등의 돌파구였을 가능성이 있다. 한 예가 당 재무를 아끼려는 고민이다. 그는 당사를 마련하며 진 빚을 어떻게 갚아갈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허 수석대변인은 “우리 당을 이끌어가기 위해 재무적인 면까지 아끼고 고민하고 플랜을 세우는 것에 놀랐다”며 “당에 대한 애정, 정치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저녁 의원총회가 끝난 뒤 이준석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평택 소방관 빈소로 향하고 있다./권욱 기자


이준석의 미래


이 대표의 변화는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조직 수장으로서 경험을 자산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 수행팀장은 “당 대표로서 고민이 많이지면서 생각하는 케파(범위)가 넓어졌다”며 “경험을 데이터베이스에 계속 넣고 업데이트하면서 결과치를 도출하는 포맷 자체도 수정한다”고 말했다. 또 허 수석대변인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는 걸 지향한다”며 “많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주변 인사들은 이 대표의 최종 목표는 당 체질 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자격시험 시행에 공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공천에 공정한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당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있는 제도라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당 개혁을 완료하기 위해 당 대표 재선에 도전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 공보보좌역은 “우리 보수 정당을 환골 탈태해야 앞으로도 계속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정무실장은 “토론배틀 등은 모두 불가역적인 당의 변화를 위한 것”라며 “당이 변해야 미래가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 대표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정권 교체다. 문제는 이 대표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다. 선거 운동이 자신의 구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또 내부 분란을 일으키고 선거 운동에서 손 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윤 후보와의 신뢰 관계도 예전만 못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의원들도 ‘두고 보자’는 입장이 많다.

승부처는 앞으로 2주라는 전망이다. 설 연휴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많이 뒤진 지지율을 재역전하지 못하면 승리는 불투명해진다는 관측이 우세해서다. 이 대표도 이 시기 선거 운동에 총력을 다해 승리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후 이 대표의 전략은 폐기될 수 있다. 이 대표가 당사에 야전침대를 깔고 숙식하겠다고 각오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타깃인 ‘이대남(20대 남자)’ 당사자 양준우 대변인은 “이 대표의 전략이 실제 세계에서 검증받는 시기에 올랐다”며 “앞으로 2주가 기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따릉이를 타지 않는다. 일정이 바빠 지하철이 아닌 자신의 전기차로 출퇴근해서다. 다만 운전 기사는 두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전기차를 직접 몰며 박 수행팀장이 가끔 운전한다. 벤처의 초심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가 킹메이커라는 명예를 얻을지는 56일 뒤 판가름 난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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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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